2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 취급액은 3조9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취급액(5조8638억원)의 70%가량이 이미 공급됐다. 올 들어 금리가 치솟으며 가계대출 수요가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실수요가 대부분인 전세대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은 금융사가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보증금의 90%까지 최대 1억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만 19~34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보증금도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 이하면 이용 가능하다. 청년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대출’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대출’보다 금리는 높지만 소득·보증금 요건이 넉넉해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기가 많다.
이 대출은 14개 금융사에서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은행별 취급 실적을 보면 ‘카카오뱅크 쏠림’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청년 전세대출 취급액은 2조4216억원으로 전체의 61%에 달했다. 국민(13.4%) 신한(8.4%) 우리(5.1%) 농협(3.3%) 등 5대 은행 취급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이날 기준 대출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3.3%로 주요 은행(연 3.28~3.55%)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도 카카오뱅크에 대출이 몰린 것은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청년층의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100% 모바일로 처리하고 토요일에도 오후 10시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에서 수원으로 이사하며 카카오뱅크 전세대출을 받았다는 한 소비자는 “주거래은행에선 수원 지점에서 대출을 실행하라고 권해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카카오뱅크에서 신청했다”며 “3일 만에 대출 승인이 나 편리했다”고 했다.
‘플랫폼 경쟁’에 열을 올려온 은행권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똑같은 상품인데도 판매 격차가 벌어지는 건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청년 전세대출 대상자를 주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뼈아픈 결과”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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