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굴기 막아선 美…삼성·SK "중국 낸드공장 증설 막히나"

입력 2022-08-02 17:48   수정 2022-08-03 00:57

미국 정부는 기존에도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수출하는 것을 막아왔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초점을 맞춘 것은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공급이다. 중국 국유기업 YMTC의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력이 올해 미국 기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라인을 둔 한국 기업들이 덩달아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 가입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칩4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中 낸드 기술력 위협적으로 성장
YMTC는 2017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이 YMTC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였다. YMTC가 2018년에 처음으로 32단 낸드플래시를 내놓으면서다. 낸드플래시는 얼마나 단수를 높이느냐가 기술력의 척도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과 비교할 때 기술력에서 4~5년 뒤지는 수준이었다.

올해부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YMTC는 연내 19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연말에 232단 낸드 양산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76단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보다 빨리 초고적층 낸드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가 낸드플래시 장비 반입을 막아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에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낸드플래시 덕분이다. D램보다 기술력 확보가 쉬워 중국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미국 반도체 기업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도 낸드플래시 첨단공정 기술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중 사이 선택 강요받는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둔 국내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에 쓰일 장비를 일괄적으로 반입 금지한다는 것인지, 허가받으면 가능한 것인지 등 세부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당분간 중국 내 라인 증설 및 설비 교체 계획이 없어 당장 이들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향후 필요에 따라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선 건건이 미국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가 지속되면서 한국 정부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칩4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미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면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칩4 가입에 앞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생산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미국·중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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