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라인을 둔 한국 기업들이 덩달아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 가입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칩4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올해부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YMTC는 연내 19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연말에 232단 낸드 양산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76단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보다 빨리 초고적층 낸드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가 낸드플래시 장비 반입을 막아선 것도 이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에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낸드플래시 덕분이다. D램보다 기술력 확보가 쉬워 중국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미국 반도체 기업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도 낸드플래시 첨단공정 기술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가 지속되면서 한국 정부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칩4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미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면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칩4 가입에 앞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생산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미국·중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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