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민간 차원의 실패 기업인 재기 프로그램이 재가동된다. 현직 기업인의 경험을 살려 기업 경영 지식보다 사업 재개를 위한 동기 부여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다. 다양한 정부 사업과도 연계돼 사업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오는 9월부터 3주 동안 경남 통영시 죽도 연수원에서 재도전 중소기업 경영자를 위한 힐링 캠프를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교육 대상 인원은 25~30명이다. 폐업사실증명원을 가진 기업 경영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사업은 2011년 이후 매년 운영됐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2019년 이후 사업이 중단됐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부산 지역 기업인 MS가스의 전원태 회장(73)이 사비를 출연해 세운 재단법인이다. 2011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공익재단법인 설립을 인가받은 뒤 이듬해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가받았다. 국내 최초로 민간에서 실패한 기업 경영인의 재개를 돕는 사업이 전개된 셈이다. 전 회장은 “인생을 되돌아보며 보람이 되는 일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며 “재기 과정은 경영에 관한 지식 전파보다 내면을 바라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보내며 재도전의 용기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고 밝혔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 다녀간 기업인의 재도전 성과도 눈에 띈다. 전체 27차수 425명이 수료한 가운데 245명이 재창업에 뛰어들었다. 수료 후 1년 내 재창업하는 비율은 80%, 재창업 이후 3년 생존율은 97.4%에 이른다.
전 회장은 “정책 자금만으로 기업인이 재기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며 “실패 사유에 관한 치밀한 성찰과 함께 정부 정책을 고루 연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자체 사업과 함께 다양한 정부 기관과 연계를 통해 기업인을 돕고 있다. 수료한 기업인은 △창업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수행하는 자금 지원 사업 참여 시 가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 재단 자체적으로 출연한 창업 펀드에서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 회장이 이끄는 MS가스는 1974년 공업용 가스를 출발점으로 삼아 다양한 가스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연마제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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