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스타워즈 우승자 손지웅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차장
"거시경제 이벤트 없는 8월, 반등 나오면 주식 줄여야"
헤지펀드 매니저·프랍 트레이더 경험으로 철저한 계좌 관리
코스피가 3305.21로 고점(종가 기준)을 찍은 작년 7월6일 이후 1년 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엔 5% 넘게 반등했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25% 넘게 빠진 상태다.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계좌에 들어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일 기준 55조1099억원으로, 작년 1월12일의 74조4559억원보다 약 26% 적다. 바로 주식 매수에 투입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이 줄었다는 건 투자자 중 일부가 주식 투자에 흥미를 잃어 시장을 떠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약세장의 전반부인 작년 9~12월 열린 ‘2021년 하반기 한경 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에서 40.3%의 누적 수익률로 우승을 차지한 손지웅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차장은 최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경 마켓PRO 기자와 만나 “주식 시장을 떠나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 ‘역시 주식은 손 대는 게 아니야’, ‘주식판은 투기판이야’라며 시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적절한 시기에 다시 주식 시장으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아요.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환돼 주가가 상당폭 오른 다음에, 수익을 내기는 애매한 구간에 진입하죠.”
실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순매도 금액 추이를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뒤 급격히 회복하는 국면인 2020년 연말까지는 한 달 순매수 규모가 6조원을 넘지 않았지만, 작년 1월 한 달에만 24조4563억원으로 폭증했다.
이 돈 중 상당 부분은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 매수에 몰렸고,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월11일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연말 한 차례의 반등를 제외하면 기나긴 내리막을 탔고, 지난달 한 달 동안 8% 가깝게 반등했지만, 종가는 6만원대 초반이었다.
손 차장은 “주식 시장을 떠나지 말라는 게 주식 매매를 계속 하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꾸준히 모니터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에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리지 않고, 최근 발표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도 대체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격화되는 등의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도 랠리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건 시장을 움직이는 이슈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 차장이 당장 우려하는 건 유럽의 에너지난이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난방용 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는 유럽 일부 국가의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불확실하긴 마찬가지다. 지금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다시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다시 한 번 주식 시장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게 손 차장의 생각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정책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이슈에 대한 전망은 어렵다”며 “8월 이후에는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슈가 생기면 그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손 차장은 약세장의 전반부에 진행된 작년 하반기 한경 스타워즈 대회에서 메타버스, 진단키트 관련 종목 매매를 통해 올린 수익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와의 수익률 격차가 15%포인트에 달했다. 대회 기간 중 그의 포트폴리오는 단 하루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비결로 손 차장은 철저한 손실 관리를 꼽았다. 특정 이슈에 대해 자신이 생각한 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거나 돌발 변수가 생기면 과감하게 손절매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한 손절매를 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유연해야 한다고 손 차장은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보통 손절매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물리면 그냥 방치해요. 그건 관리를 안 하는 거예요.”
손절매를 해야 할 타이밍은 언제냐고 묻자 손 차장은 난처해했다.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지, 목표 수익률이라던지 손절매 라인을 정해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6월12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대북 관련주를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사인할 때부터 급락세가 나타났잖아요. 그건 재료 소멸이라는 신호입니다. 그 때는 무조건 팔아야 해요. 사실 합의문에 엄청난 게 담겨 있지 않으면 시장은 재료 소멸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북미정상회담 기대감을 반영해서 많이 올랐으니까요.”
그래도 무언가를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손 차장은 마지못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거시경제(매크로)는 기본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사실 요즘은 책을 펼칠 필요도 없다. 유튜브에 있는 관련 콘텐츠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어 “그런데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해설은 사후적인 해석이 대부분이고,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자기 돈으로 매매하면서 깨지기도(손실을 입기도) 하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식 시장을 떠나지 말라는 말이 기사화되면 분명히 ‘증권사 직원이니까 저렇게 말하지’라는 반응도 있을 겁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주가지수가 지금보다 더 빠질 수도 있고요. 그럼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바뀔 거고, 그 때는 또 엄청난 기회죠.”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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