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업·식음료용 액화탄산가스 담합 적발…과징금 53억

입력 2022-08-03 13:57   수정 2022-08-03 14:05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조선사들이 실시한 선박 용접용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담합하고 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가스(액탄)의 판매가격과 판매물량을 담합한 9개 액화탄산가스 제조·판매사업자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3억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액화탄산가스는 무색무취의 이산화탄소(CO2) 가스를 액화(液化)시킨 제품으로 선박건조, 자동차 제조, 건설현장에서 용접용으로 사용된다. 맥주·탄산음료 등 생산과정에서는 식품첨가제로, 병원에서 의료용이나 반도체 세정용으로도 쓰여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이번에 공정위가 제재한 9개 회사는 덕양 주식회사, 주식회사 동광화학, 선도화학 주식회사, 주식회사 신비오켐, 에스케이머티리얼즈리뉴텍 주식회사, 유진화학 주식회사, 창신가스 주식회사, 창신화학 주식회사, 태경케미컬 주식회사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 6월경 덕양, 동광화학, 선도화학, 신비오켐, 에스케이머티리얼즈리뉴텍, 창신가스, 태경케미컬 등 7개 액탄 제조사들은 향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4개 조선사가 실시하는 액탄 구매입찰에서 투찰가격은 최소 kg당 165원, 낙찰예정자는 충전소(비제조사)를 배제하고 제조사들로 한정하기로 했다. 필요 시 서로 액탄 물량도 배분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그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4개 조선사가 실시한 총 6건의 액탄 구매입찰(총 계약금액 약 144억 원)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로 합의해 둔 사업자들이 모두 낙찰 받았다. 담합기간 평균 낙찰가는 169원/kg으로 담합 이전 2016년 116원/kg에 비해 45.7%나 상승했다.

이들은 또 충전소가 입찰에 참여할 유인을 없애기 위해 2017년 9월부터는 충전소 대상 액탄 판매가격을 최소 165원/kg(운송비 미포함)에서 최대 185원/kg(운송비 포함)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답합으로 인해 4개 조선사 발주 액탄 구매입찰에서 담합한 액탄 제조사들이 모두 낙찰자로 선정된 것은 물론, 이들 사업자들이 충전소에 공급한 액탄 판매가격은 담합 이전 평균 139.9원/kg에서 담합 기간 평균 173.3원/kg으로 약 23.9%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10월경에는 덕양, 선도화학, 유진화학 및 태경케미컬 등 4개 액탄 제조사들은 다원화충전소에 판매하는 액탄의 물량을 자신들의 과거 판매량을 기준으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담합을 통해 4개 액탄 제조사들은 다원화충전소들이 액탄 제조사들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시도한 구매물량 변경과 거래처 전환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담합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판매물량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에 선도화학에 14억8000만원, 에스케이머티리얼즈리뉴텍에 9억3400만원 등 총 5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조선·건설·자동차·식음료 등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 부자재 또는 식품첨가제로 활용되는 액화탄산가스 입찰·판매시장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담합을 최초로 적발·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액화탄산가스 거래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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