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박모 씨(32)는 편의점에서 음료나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칼로리를 따진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다행히 최근엔 저칼로리 제품이 많아져 선택지가 늘었다. 박 씨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칼로리를 체크해가며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려워 간식이라도 열량이 낮은 것으로 고르려다보니 이젠 습관이 됐다”며 “같은 양을 먹어도 칼로리가 낮으면 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면(麵),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 고열량, 고칼로리로 악명 높은 가공식품들이 칼로리를 덜어내면서 ‘다이어트 도우미’로 각광받고 있다. 여름철을 맞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열량을 낮추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 상품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제품군은 점점 느는 추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의 ‘컵누들’은 면 제품이지만 칼로리가 한 컵에 165~170㎉로 낮은 데다 나트륨도 적어 다이어트 라면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제품은 보통 400∼500㎉에 육박하는 일반 컵라면 칼로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주원료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당면이어서다. ‘컵누들 매콤찜닭맛’은 지난해 4월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6년 만에 재출시되기도 했다. 최근엔 비국물형 제품도 추가돼 짜장맛, 로제맛, 우동맛, 얼큰 쌀국수 등 총 열한가지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저칼로리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농심도 저칼로리 컵라면 ‘누들핏’을 떡볶이국물맛, 어묵탕맛 두 종류로, 각각 칼로리가 150kcal, 105kcal에 불과하다. 기존 컵라면(신라면컵 300kcal)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라이트’도 저칼로리 식품으로 꼽힌다. 이 만두는 일반 만두제품에 비해 칼로리를 25% 낮췄다. ‘왕교자’, ‘김치왕교자’, ‘닭가슴살왕교자’ 총 3가지 종류로, 만두소에 돼지고기 살코기나 닭가슴살을 넣고 당면 대신 실곤약을 사용해 열량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건강과 영양 밸런스 등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져 냉동만두 시장에도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열량, 당 등을 낮춘 식품들을 온라인 시장에서도 잘 팔린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로 푸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크게 늘었다.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판매량은 396% 늘었고, 간식류인 저칼로리 과자(635%), 밀가루 없이 만든 글루텐 프리(3768%) 제품의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유통업계는 설탕 대신 대체당을 사용한 커피, 현미밥과 곤약을 압축한 건강 바, 식물성 요거트, 글루텐 프리·저당 마카롱, 저칼로리 프로틴 어묵바, 제로 에너지음료 등 로 푸드 아이디어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다이어트가 화두다. 동서는 최근 ‘헤일로탑크리머리’의 초코와 딸기 등 아이스크림 2종을 새로 출시했다. 헤일로탑은 동서가 2019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미국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파인트(473㎖) 한 통당 330㎉'라는 점을 앞세워 미국 슈퍼마켓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스크림에도 올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많은 가공식품들이 저칼로리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특히 고열량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아이스크림, 음료, 과자 등에서 저칼로리 제품의 판매량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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