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편"…'우영우 친구' 배우 주현영을 모델로 세운 이유 [긱스]

입력 2022-08-11 10:26   수정 2022-08-11 15:57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킥라니(킥보드+고라니)', '거리의 무법자'
요즘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두고 자주 쓰는 표현들입니다. 킥보드의 대한 사회의 시선은 상당히 차가워졌습니다.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공유 킥보드 회사들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한경 긱스(Geeks)가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들을 만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비전을 들었습니다.



전국 곳곳에 배우 주현영의 등신대가 등장했다. 주현영이 킥보드를 타는 듯한 모습으로, 실제 공유 킥보드 위에 설치됐다. 주현영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동그라미 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다. 등신대에 있는 큐알코드를 촬영해 안전 수칙을 확인하면 스윙 킥보드 10분 무료 이용권을 받는다.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인 스윙이 벌이는 킥보드 안전 캠페인이다.

왜 주현영이었을까. 김형산 스윙 대표는 "주현영 배우는 드라마에서 무시받고 차별받는 약자의 친구 '동그라미' 역을 맡았다""한국에서는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도로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주현영 배우가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법 규제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유 킥보드 업계는 지금 다양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안전 수칙 캠페인으로 이미지 개선에 나서는가 하면(스윙) 삼천리자전거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킥고잉)을 시작한 곳도 있다. 스테이션에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 사업을 계획하거나(지쿠터), 공유 모빌리티 경험을 살려 중간물류시장에 뛰어들고(디어), 규제가 덜한 일본 시장에 진출(스윙)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뭐 때문에 어렵나
업계는 최근 국내 공유 킥보드 시장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쿠터를 운영하는 지바이크의 정구성 이사는 "아무래도 킥보드 대당 매출은 규제 전보다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뉴 프론티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킥고잉을 운영하는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지난해 규제 시행 직후 이용자 수가 40% 가량 줄었고 서서히 복구해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시장이 얼어붙은 결정적인 계기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공유킥보드 이용자는 면허를 소지하고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인도에서의 운행도 금지됐다. 자전거 도로가 없을 땐 차도로 다녀야 한다. 킥보드 사고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여론이 악화된 것도 업체들엔 부담이다. '킥라니(킥보드+고라니.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새 먹거리 찾는다
공유 킥보드 회사들은 기술 혁신과 사업영역 확대, 시민 인식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한 디어는 화물 SaaS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쌓아온 SaaS 노하우를 활용해 '미들마일(중간물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진행한 것도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디어는 최근 신설한 화물 솔루션 사업부 주도로 업무자동화 도구인 '캐리'를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주선사의 단순 반복 작업을 전산화해 업무 부담을 최대 10분의 1로 줄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어 관계자는 "거래액 200억원 규모의 베타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한 킥고잉은 지난달 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앱을 통해 킥보드와 자전거를 구분 없이 통합 이용 가능하게 했고, 교차 환승 서비스도 넣었다. 공유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1월 삼천리자전거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쿠터 운영사인 지바이크는 현대자동차·기아의 공유형 이동장치 사업 ZET 서비스를 지난달 인수했다. 배터리교환테이션(BSS) 등 신사업 협업을 염두에 뒀다. 정구성 이사는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전기 오토바이에 공용으로 들어가는 배터리를 개발해 시제품까지 나왔다"며 "전기자전거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아예 규제가 덜한 국가로 나간 경우도 있다. 스윙을 운영하는 더스윙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 진출했다. 일본에선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킥보드 면허 필수 조항이 삭제됐다. 이번달까지 도쿄에 공유킥보드 1500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영우 올롤로 대표 "도시 질서 고려한 서비스 만들 것"
이들 스타트업 대표들은 규제로 당장 어려움에 직면하긴 했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은 자신한다고 했다. 킥고잉을 운영하는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시장 자체의 뷰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며 "지금 잠시의 부침이 있더라도 결과적으론 잘 자리잡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한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재 공유 킥보드 업계는 어떤가.
"작년 도입된 규제 영향이 없지는 않다. 규제 전 2년 동안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규제 시행 후 업계 전체적으로 반토막이 났다고들 한다. 우리도 규제 시행 직후 이용자가 40% 줄었고, 회복하는 중이다."

-아예 한국 사업을 접는 해외 업체들도 있다.
"규제 환경 탓도 있을테지만 기본적으로 업체 숫자 자체가 많았다. 경쟁에서 밀린 것은 그 회사의 부족한 점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킥고잉의 경쟁력은.
"업계 최초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킥보드 이용자를 위해 큰 길보다 작은 골목길로 안내하는 기능이다. 보행자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차량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킥고잉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 회사다. 다른 업체들이 겪지 않았던 경험을 하면서 시장을 헤쳐온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서비스 초기부터 이 도시의 질서를 고려하면서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앞으로 퍼스널 모빌리티(PM) 시장의 전망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게 자동차 회사를 다니면서다. 역설적으로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도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자가용을 줄여야 하는데, 대중교통은 불편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나는 이 답이 PM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장이 어떤 부침이나 어려움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합의한다면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는데.
“도시의 질서를 고려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자전거도 킥보드와 마찬가지다. 삼천리자전거의 투자를 받은 것도 우리가 가진 공유모빌리티 기술력과 자전거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봐서다. 전기 자전거 사업은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정착을 위해선 뭐가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건 업계의 노력.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게 선행된다는 가정 아래 정부도 퍼스널 모빌리티를 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도 정착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형산 스윙 대표 "옥석가리기 진행 중"
스윙은 일본 시장 진출에 나섰다. 본격적인 규제 도입 전 국내의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재보고 있다. 김형산 대표는 “지금 한국은 규제 오버슈팅 상태지만 곧 안정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일본 진출 배경은.
“일본 킥보드 규제가 작년 6월에 풀렸다. 차량 운전자가 킥보드와 자전거 운전자를 존중하는 일본의 교통문화도 킥보드에 적절하다고 봤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살았던 경험도 있다. 한국은 그 전까지는 큰 규제가 없어 빠르게 성장해오다가 작년 5월부터 규제가 시행된 상황이었다.”

-일본 공략의 키는 무엇인가.
“주차장 확보 싸움이다. 일본은 길거리에 주정차를 안 하는 문화다. 모든 회사가 주차장 확보에 혈안이 돼있다.”

-국내 시장은 어떻게 판단하나.
“규제 전에 워낙 빨리 성장해서 상대적으로 안 좋아보이는 거지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 킥보드는 한번 탄 사람은 계속 탄다. 다만 규제 환경이 나빠지다보니 이익을 못내는 한계기업들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일종의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이라고 본다. 한국의 시장 환경을 3단계로 분석해본다면 ①무규제 ②규제 오버슈팅 ③안정화 단계인데 현재는 2번 단계라고 본다.”

-언제쯤 3번 안정화 단계로 진입할까.
“PM면허법 등 현재의 규제 오버슈팅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이면 법안이 통과돼 시장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정적 여론도 바뀌어야할텐데.
“한국은 여론 자체가 자동차 위주다. 지자체 담당자나 행정가들도 자동차 위주로 사고한다. 예를 들어 킥보드 사고가 나면 지자체가 킥보드 업체들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식이다. 킥보드 이용자의 안전 의식도 바뀌어야 하고, 제도적으로도 도로가 자동차만을 위한 게 아니라 킥보드, 자전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모두 다 도로의 주인인 방향으로 달라져야 한다.”
PM면허법 국회 문턱 넘을까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있다. 2020년 9월 발의된 개인형 이동수단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해 11월 발의된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다.

PM법은 개인형 이동수단을 제도권으로 들여오는 제정법이다. PM법이 제정되면 공유 보험이 의무화되고 전용도로 등 인프라가 갖춰진다. 필요한 경우엔 PM업체에 정부 보조금 등을 지원할 수도 있다. 2020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경찰청이 PM 전용 운전면허 신설을 추진하면서 여야가 합의했지만 선거 일정 등이 겹치며 흐지부지됐다. PM 업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규제를 통합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PM면허 도입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에 전동킥보드 이용자 운전면허를 확인하는 데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항목도 넣었다.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거나 운전 자격을 확인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을 만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인터넷으로 PM 면허 시험을 보고 온라인 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국회에서 이들 법안의 구체적인 논의 일정이 아직 잡히진 않았다.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PM산업협회는 성명서에서 "지금 PM 이용을 위해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의 내용 대다수가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차에 대한 내용이라 PM 운전 능력과는 관련이 없다"며 "PM 면허법을 통해 현행 면허 시험의 공백을 메우고 안전한 PM 주행문화를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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