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인재들을 국민으로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BTS’와 ‘오징어게임’을 가진 나라지만, 그런 매력이 이주를 결심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먹고 사는 문제 외에도 언어·문화 장벽, 자녀교육 등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리 기업들이 진정으로 해외 인력을 원하는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다. 기술인력 교류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정도다. 풀(pool)이 작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 격차도 거의 없다. 분야를 더 좁혀 반도체와 배터리만 보면 완전히 역설적인 진단이 나온다. 해외에서 데려올 전문 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과 서비스업에도 외국인 영입을 기대할 수 없다. 역대 정권마다 ‘금융허브’를 표방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협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규제 천지다. 혹여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해외 직장에서 받던 보수를 맞춰주고 주거·교육 비용까지 지원해줘야 한다. 해외 유명대학을 졸업한 뒤 현지에 취업한 한국인들을 영입할 때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다. 우리 국민도 제대로 데려오기 어려운데, 어떻게 대규모 이민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차례다. 고급 인재를 제외하면 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저개발국 인력이나 해외 동포들이 남는다. 대체로 학력 수준이 낮고 기술적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 돈을 벌어도 본국에 송금하는 비율이 높다. 반면 인력 풀이 넓고 한국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 노동시장 하단을 충분히 받칠 수 있다. 지역경제와 중소기업 고용 생태계 유지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건은 여전히 배타적인 국민 정서다. 영화 ‘황해’나 ‘범죄도시’가 연출한 조선족 모습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은 대한민국 국민을 엄격하게 가려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칼자루를 쥐는 쪽이 바뀐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24명의 고령층을 부양하고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되는 2030년엔 그 숫자가 38명으로 늘어난다. 10년이 더 지나면 60명에 이른다.
이런 사정을 빤히 알고 있는 타국 청년들이 ‘늙어가는 한국’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할까. 우리가 10년, 20년 뒤에 지금 같은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민을 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것은 인생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 그것은 이주하는 나라의 국민들과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원래 국적은 영구적이지 않다. 대부분 나라는 혼인 귀화 취업 등의 사유로 국적 변경을 허용한다. 태생으로 부여된 우연적 국적보다 스스로 선택한 후천적 국적을 존중하는 것이 자유주의적 가치에 맞기 때문이다. 이제 이주자를 향한 우리의 시선은 과거가 아니라 마땅히 그들과 함께 할 미래에 둬야 한다. 가망 없는 해외 인재 유치보다 이주자 자녀들을 한국의 미래 인재로 키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실질적이다. ‘아메리칸 드림’ 못지않은 ‘코리안 드림’을 가능케 해야 한다. 이민청의 최우선적 역할은 이런 방향으로 우리 국민을 전향적이고 개방적으로 준비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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