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8~2018년 중기적합업종제도 시행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도의 보호를 받은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 경제적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중기적합업종제도를 폐기할 것을 제언했다.
중기적합업종은 2011년 대기업의 문어발식 시장 확장을 막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0년간 110여 건의 업종을 지정해 운용했다. 올해도 대리운전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입을 막았다.
김 위원은 제도 도입 3년 전인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광업·제조업 조사 자료를 활용해 중기적합업종제도 도입 이전과 이후 해당 업종 중소기업의 생산액,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총요소생산성, 고용, 유형자산, 1인당 인건비, 직접생산비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정책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생산액,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총요소생산성 등은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품목 출하액 대비 중기적합업종 품목의 중소기업 출하액은 이 기간 7.9%에서 7.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기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10.8%에서 11.1%로 소폭 증가했지만, 종사자 수 비중은 10.9%에서 10.2%로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효과가 확인된 것은 1인당 인건비가 줄었다는 것 정도였다. 두부 등 중기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체의 1인당 인건비는 적합업종 지정 이후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의 물가상승률과 평균 임금 상승 등 다른 효과를 통제한 뒤 제도로 인한 변화만 측정한 것이다.
김 위원은 “중기적합업종으로 보호를 받은 중소기업들이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거나 신규 고용자에게 적은 임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퇴출은 상당 부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중기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은 수행했지만, 중소기업의 성과 및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어느 업종이든 시장 활동에 제한을 받으면 해당 시장에 진출해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유인이 떨어진다”며 “기업 규모만을 기준으로 특정 업종에서 생산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는 경제 전반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특정 사업 영역의 보호보다 부정경쟁 행위 방지 및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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