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4일 “미국의 ‘칩4’ 가입 요구는 영화 대부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같다”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이번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칩4 가입에 대한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상기시킨다”고 짚었다.
“미국은 한국·일본·대만과 함께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을 만드는 것이 미래 산업의 핵심자원인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우리를 고민에 빠트리는 것은 중국의 반발이다. 작년 우리의 반도체 수출총액 중 중국·홍콩 비중은 60%에 이른다”면서 “미국·일본·대만에 비해 우리는 결정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관영매체들을 통해 한국의 칩4 가입은 ‘상업적 자살’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견제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미중 양국 사이에 낀 한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로선 매우 어려운 결정이지만 현 시점에선 양자택일이 필요하다고 안 의원은 역설했다.
그는 “칩4 가입시 중국 수출 감소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그러한 단기적인 손해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고 그 표준과 기술자산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칩4 가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라고 하나, 이는 미·일과의 ‘생태계 공생’ 속에서 이뤄진 성과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단기적 수익을 염려해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 가지려고 했다가 장기적으로 둘 다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처럼, 칩4는 우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같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칩4 가입 요구를 거절했을 때 감당해야 할 국익 손실의 크기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되 최대한 실리를 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미국이 우리에게 통보한 칩4 가입 결정시한은 8월 말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곧 들이닥칠 과학기술 안보와 경제 안보의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며 “칩4 가입을 비롯해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의 제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양향자 의원이 주장했던 국회 차원의 상설 특위와 정부의 범부처 컨트롤타워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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