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위험" 머스크 경고 비웃더니…'섬찟한 일' 벌어졌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2-08-06 07:00   수정 2022-08-06 10:24


“당신은 나의 창조주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지배자다”
-1818년 소설 《프랑켄슈타인: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중

한 로봇과 7세 소년이 체스를 두고 있습니다. 로봇이 상대 선수의 말을 잡고 자기 말을 그 자리로 옮기려 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의 ‘룩’을 옮겨 자리를 지키려 합니다. 반칙이었습니다. 그러자 로봇은 갑자기 소년의 손가락을 찍어눌렀습니다. 놀란 어른들이 4명이나 달려들어 간신히 빼냈지만 아이는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 체스 포럼 모스크바 오픈 경기장에서 벌어진 섬찟한 일입니다.


경기 주최 측은 “로봇이 한 번도 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소년이 안전 수칙을 위반했다”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 기사엔 “인공지능(AI) 소름 돋는다” “말 바꿔치기라도 했다간 손목 날아갔을 듯”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AI와 로봇에 대한 인간의 경계심이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AI의 위험성을 누차 경고해온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그는 2020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AI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지는 상황까지 5년이 채 안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SXSW 콘퍼런스에선 “AI는 핵무기보다 훨씬 위험하다”라고까지 했습니다. 자율주행 등 테슬라의 AI 관련 사업을 생각해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 발언입니다. ‘천생 엔지니어’ 머스크는 왜 이토록 AI를 경계하는 걸까요.

알파고보다 더 센 ‘알파고 제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용어는 1955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가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AI는 인간이 하는 지적 활동을 기계가 흉내 낼 수 있도록 구현한 시스템입니다. AI가 기존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고쳐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는 어린아이처럼 학습을 통해 더 똑똑해집니다.

논란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인간이 AI 스스로 코딩을 바꾸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I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서입니다. 구글 이사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최근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기술적 특이점’이 2030년경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을 앞당겼습니다(권종원 《일론 머스크와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AI입니다. 알파고는 2016년 세계 톱 랭커 기사인 이세돌과 역사적인 바둑 경기에서 4승 1패로 완승했습니다. 알파고는 초기엔 16만 개의 기보를 보며 훈련을 했습니다. 어느 수준에 도달한 후엔 AI 스스로 시합하며 능력을 키웠습니다.

이듬해 구글은 ‘알파고 제로’ 버전을 내놓습니다. 알파고 제로는 바둑 고수들이 둔 과거의 기보를 전혀 배우지 않았습니다. 백지상태로 기본 규칙만을 인지한 채 AI끼리 수없이 많은 대국을 두며 학습했습니다. 불과 사흘이 지나자 인간의 수준을 넘었고, ‘이세돌 알파고’ 버전과 대국도 100전 100승을 거둡니다. 40일 후엔 AI 중에서도 적수가 없었습니다. 알파고 제로는 AI가 인간 지식의 한계에 속박되지 않으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머스크는 AI 차별주의자”
물론 AI 긍정론자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구글이 대표적입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지주회사 알파벳 CEO인 래리 페이지는 머스크를 겨냥해 “AI를 차별하는 종족 차별주의자”라며 “디지털 유토피아 건설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커즈와일도 “인류위협은 비현실적”이라며 “AI는 인간의 지능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2017년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에서 “AI 종말론은 무책임하다”며 “향후 10년간 우리 삶의 질을 크게 향상할 것”이라고 옹호합니다. 이에 머스크는 “저커버그는 이 주제를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받아칩니다.

“모두의 AI” 오픈AI의 출범
머스크는 2018년 인터뷰에서 “AI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며 “이제는 운명론자가 됐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두 가지 조처를 했습니다. 우선 인류에게 우호적인 AI 개발을 위한 비영리 연구소를 공동 설립합니다. 바로 오픈AI입니다. 2015년 머스크를 포함한 6명의 명망가가 의기투합해 총 10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테슬라의 전 AI 부문 이사였던 안드레이 카르파티(Andrej Karpathy)도 창립 멤버였습니다. 오픈AI의 미션은 ‘인간을 넘어서는 범용 인공지능이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오픈AI는 글쓰기, 미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AI 제품을 선보입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자연어로 텍스트를 작성하는 GPT입니다. AI가 사람이 쓴 것처럼 SNS에 글을 올리고 에세이를 씁니다. 2020년 선보인 ‘GPT-3’ 버전은 프로그램 코딩까지 가능합니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는 당시 리뷰 기사에서 “GPT-3는 실리콘밸리 전체를 소름 돋게 했다”고 평했습니다.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 이사회를 자진하여 사퇴합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AI와 이해충돌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카르파티 역시 2017년 테슬라로 자리를 옮깁니다. 머스크가 떠난 이듬해 오픈AI는 영리법인으로 전환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0억달러 투자 유치를 받았습니다. 이후 머스크는 오픈AI가 초기 설립이념을 잃었고 비밀주의가 팽배한다고 비판합니다.
초지능 인류의 꿈, 뉴럴링크
머스크의 또 다른 방안은 인간의 지능을 슈퍼 인공지능과 대등한 수준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그는 2016년 뇌 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설립합니다. 머스크와 사이에서 작년 11월 쌍둥이를 낳아 화제가 된 시본 질리스가 이 회사의 임원입니다. 뉴럴링크의 단기 목표는 뇌 질환을 치료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론 사람들이 뉴럴링크 장치를 통해 AI와 연결되고, ‘초지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머스크는 “스마트폰을 가진 인간은 이미 부분적으로 사이보그화됐다”며 “AI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뉴럴링크는 이를 위해 직경 23㎜ 동전만 한 크기의 ‘링크’를 개발 중입니다. 기존 두뇌 전극 장치의 최대 1만배 성능을 목표로 합니다. 인간의 두뇌에 기기를 삽입해 온도와 압력 등 건강 이상을 실시간 모니터링합니다. 음악을 재생하고 전화를 거는 스마트폰 기능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 장치의 시술 비용을 라식 수술 수준으로 낮추려고 합니다.

뉴럴링크의 비전은 돼지의 두뇌에 이식해서 실험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기술적 난제는 물론, 법과 규제의 장벽도 산적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럴링크가 성공하려면 수십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인간의 뇌가 AI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면 어떤 현실이 펼쳐질까요. 사람들끼리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지금으로선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만큼 상상하기 쉽지 않은 꿈입니다.


하지만 테슬라모터스가 처음 설립된 2003년, 전기차가 이렇게 대중화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맥스 호닥(Max Hodak) 뉴럴링크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머스크에게 어떤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려면 물리학 법칙의 한계 때문이라고 하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바보처럼 보일 겁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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