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터라켄'에선 골프 & 스키 함께 만난다

입력 2022-08-04 16:51   수정 2022-09-02 00:02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의 고봉을 향해 티샷을 날리는 순간, 당신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장면 하나를 뇌리에 각인하게 될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하는 전나무 숲을 지나 하늘을 향해 날아간 공은 마치 깃털 하얀 수리가 알프스 어딘가 제 둥지를 찾아 활공하는 모습을 닮았다.

스위스와 골프. 두 단어의 조합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다. 골프를 치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하는 국내 여행자는 아직 드물기 때문이다. 눈덮인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스위스에 골프장이 있기나 할까, 대부분은 이런 선입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 877만 명(작년 말 기준)의 스위스는 약 120개의 골프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와 비교한 골프장 숫자로는 7만3000명당 1개꼴로 한국(447개, 11만 명당 1개꼴)보다 많다.


LPGA 5대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이 열린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GC)을 비롯해 매년 유러피언(EPGA)투어 오메가 마스터스가 열리는 크랑시르시에르GC, 바이젠아우 자연보호구역으로 둘러싸인 인터라켄 운터젠 GC, 고도 1660m의 아름다운 알프스 지역 심장부에 있는 골프클럽 빌라스 등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세계적인 명문 골프클럽이 즐비하다.

어디를 가든 태곳적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풍광과 오랜 세월 전화(戰禍)를 피해 고스란히 보존된 중세 도시를 만끽하는 재미는 스위스 골프 여행의 또 다른 백미다.

스위스 골프 여행의 대표 경로는 루체른에서 시작해 U자형으로 베른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알프스산맥의 영봉을 만나고, 프랑스와 스위스 접경에 넓게 걸쳐 있는 레만호수 주변의 물의 도시들을 경험할 수 있다.


첫 번째 라운딩은 인터라켄 운터젠 GC가 스위스 골프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인터라켄은 말 그대로 호수(라켄) 사이(인터)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이 지역은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인터라켄 외에 마텐, 운터젠 등 세 곳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운터젠은 옛 시가지 모습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인터라켄 운터젠 GC는 가꾸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지향하는 골프장이다. 러프에 빠진 공을 찾으려 풀숲을 헤쳐 가다보면 때로 비버와 오소리의 굴을 마주할 수도 있다. 골프장 측의 설명에 따르면 잔디 관리를 위한 화학 약품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늘이 보이는 탁 트인 홀이라면 어디서든 베른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이젠하우 자연보호구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들리는 것이라곤 경쾌한 타구음과 다양한 새들의 울음소리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스위스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해발 2362m의 니젠(Niesen)이 보이는 홀이다. 구시가지인 운터젠에 자리잡고 있는 터라 코스를 돌다 보면 14세기에 지은 성벽도 만날 수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스위스 여행의 관문인 루체른을 꼽을 수 있다. 취리히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로 여행 첫날의 방문지로 적합하다. 오래된 목조 다리인 카펠브리지를 비롯해 빈사의 사자상 등 중세 유럽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다. 이달 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루체른 페스티벌이 예정돼 있다. 인터라켄에선 브리엔츠 호수에서의 선상 디너파티를 즐길 수 있다.

인터라켄 사람들 사이에선 브리엔츠 호수와 관련해 재밌는 얘기가 회자된다. “브리엔츠를 얕보다간 큰코다친다”는 것이다. 튠과 브리엔츠 모두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형성됐다. 브리엔츠가 튠보다 약 6m 높은 곳에 있다보니 브리엔츠의 수온이 훨씬 낮다. 간혹 튠 호수에서 수영하던 이들이 브리엔츠를 만만히 보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겪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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