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폴로는 미국계 대체투자 운용사인 EMP벨스타와 함께 국내에 50 대 50 지분 구조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설 법인은 10억달러 규모의 크레디트 펀드를 조성해 인수금융, 기업 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투자 활동을 벌인다. 이 펀드에는 아폴로와 아폴로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미 다양한 투자 대상을 물색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는 전체 운용자산이 5130억달러(약 67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운용사다. 특히 크레디트 부문 운용자산이 3730억달러(약 488조원)로 글로벌 1위 규모다. 지난해 매트 라이클리니 시니어파트너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선임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폴로가 국내 크레디트 시장에 발을 들이기로 한 건 초기 단계인 국내 사모 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리 인상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크레디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준호 EMP벨스타 한국 대표는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 은행들의 대출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어 금리와 만기 등을 유연하게 제시할 수 있는 아폴로의 크레디트 전략이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폴로가 EMP벨스타를 파트너로 삼은 건 EMP벨스타가 크레디트 투자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국내 기업 및 기관투자가들과의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MP벨스타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운용사다. 공제회, 보험사 등 한국 기관들의 자금을 모아 미국 크레디트 시장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중소기업 구제금융 프로그램 ‘탈프(TALF·기간자산담보대출)’에 한국 기관들의 돈을 모아 신속히 자금을 집행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국내 투자로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냉매를 활용한 콜드체인 물류센터 운영 업체인 한국초저온과 대규모 물류센터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폴로와 EMP벨스타는 향후 부동산, 바이아웃 등의 분야로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해간다는 목표다.
마이클리니 아폴로 아·태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 내 사업 기회를 물색해 왔다”며 “EMP벨스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유동성과 크레디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윤 벨스타그룹 회장은 “아폴로의 선진적인 크레디트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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