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외교관 번호판을 단 검은색 차량을 타고 국회 정문 앞에 도착했다. 보라색 상·하의 정장을 입은 펠로시 의장은 미리 대기하던 김 의장, 이광재 국회사무총장과 함께 레드카펫을 따라 본청으로 들어갔다. 김 의장과 펠로시 의장은 국회 접견실에서 북핵 위협 등 한반도 안보와 경제 협력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당초 50분간 이뤄질 예정이던 회담은 1시간10여 분 동안 이어졌다.
화두는 경제 협력이었다. 김 의장은 펠로시 의장에게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전역에 있는 18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6만 명가량의 미국 근로자를 고용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의 미국 내 투자를 적극 환영한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기업가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회담에서) 양국뿐 아니라 지역 간 경제 관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5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선 “우리는 협력을 통해 모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핵 위협 등 한반도 안보 상황도 집중 논의됐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 및 한국 방문과 관련해 “순방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안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 의장은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 양국 의장은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을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어 ‘김치의 날’을 지정하는 김치 결의안, 베트남전 참전 미주 한인에 대한 법안 등을 논의했다. 펠로시 의장은 공동언론 발표를 마친 뒤 국회 사랑재에서 김 의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국회 관계자는 “오찬 때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며 “펠로시 의장이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여기(사랑재)다. 식사 맛있게 했고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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