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다 돼가지만 중앙부처 1급 자리의 20% 이상이 여전히 공석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교체 대상으로 결정됐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1급이 적지 않은 데다 고위직 인사 지연으로 국·과장 인사까지 연쇄 차질을 빚으면서 업무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부처에선 ‘사실상 인사가 올스톱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21개 중앙부처(18개 중앙부처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1급 자리 103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공석이 23개에 달했다. 전체 1급 자리의 22.3%가 비어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는 1급 자리의 절반 이상이 채워지지 않았다.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은 1급 자리 9개 중 3개가 공석이다. 1급 자리가 꽉 차 있는 부처는 기획재정부 등 일곱 곳에 불과했다.
현재 1급 중 일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체 대상이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국·과장 인사가 막혀 있는 부처도 적지 않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인사가 지연되면서 지금 맡고 있는 업무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니 가능하면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공무원이 많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 가까이 됐는데도 공직사회는 여전히 붕 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새 정부의 공무원 인사가 ‘먹통’이 된 건 인사 검증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란 게 관가의 중론이다. 모 부처 고위 관료는 “부처에서 1급 후보자를 결정해 검증을 요청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며 “장관부터 주무관까지 대통령실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뒤 그 자리를 신설된 법무부 공직자인사검증단이 맡고 있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현재 시스템이 맞느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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