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과 악화하는 경제 전망 사이에 갇혀 있는 세계 강대국 어느 국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공격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막대한 정치·사회적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세계 역사상 최대 부동산 거품은 금융위기로 번지고 있다. 일본은 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통화 약세 등으로 장기적인 경제 전망이 최악이다.
상승하는 식량과 에너지 비용은 인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인도는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이후 가장 불안정하다.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는 정치·경제 위기에 빠졌다. 미얀마는 격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안타깝게도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형편없는 대통령 지지율과 의회에서의 입지 약화는 백악관의 국내 정치 권위는 물론 해외에서의 권력도 떨어트린다. 정부가 궁지에 몰린 가운데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원조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쉽지 않다. 원조 없이 미국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도 의문이다.
전례 없는 세계 위기 속에서 미국의 강력한 경제 리더십을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세계 경제 위기 때는 폴 볼커, 제임스 베이커, 로버트 루빈 등이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백악관이나 재무부는 세계 경제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설득력 있고 실용적인 해법을 갖고 있을까. 불행히도 그 해법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혼란 속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공통적인 문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과 대혼란을 거치며 각국 정부는 국수적으로 돌아섰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기후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위협에 세계적인 가치보다 자국의 국익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그의 정부와 국가 그리고 세계를 희망적인 길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전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시절의 실패한 가정과 습관을 떨쳐버릴 때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은 지정학적, 경제적 폭풍우 속에서 휘청거릴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From Global Pandemic to Pandemonium’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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