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뺨치는 구독 경쟁…초등 유튜브 학원 북적

입력 2022-08-05 17:36   수정 2022-08-16 16:01



지난 3일 서울에 있는 한 학원. 초등학생 10여 명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유튜브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은 학생들이다. 이날 오전부터 유튜브 학원에 온 신모양(12)은 “100만 유튜버가 꿈”이라며 “채널 운영 방법을 잘 배워서 구독자를 많이 늘려야 주변에서 인기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온라인 동영상 편집 학원이 초등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공부나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의 인기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계정 구독자가 많은 ‘인플루언서’일수록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생만 대상으로 한 유튜브 학원 강좌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서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모군(11)은 구독자 240명을 보유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유튜브 시장에선 매우 적은 수의 구독자일 수 있지만 동급생 중에선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군은 “조회수가 수만 건 나온 영상도 있다”며 “같은 반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주말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와 함께 유튜브 콘텐츠를 찍으러 여행을 가는 문화가 생겼다. 경북 안동에서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박모씨(41)는 “지난달 아이와 함께 영상 콘텐츠를 개설하기 위해 강원 춘천 레고랜드를 찾았다”며 “영상을 만들고 기록하는 게 학교에서 유행이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자녀들이 만든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고 ‘구독, 좋아요 품앗이’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과도한 유튜버 활동이 교육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시청한 학생들이 영상 속 문제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유튜브에선 ‘가만히 있는 친구 괴롭히기’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춤추기’ ‘칼 던지기’ 등 유해 영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학생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돼 학교에서도 문제 행동을 야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충남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씨(27)는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을 본 학생이 교실에서 다른 학생에게 문제 행동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의를 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홍모씨(31)는 “열심히 만든 영상물에 일부 비난 댓글을 보고 크게 상처받는 친구가 많다”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아이가 있다면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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