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쟁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세청이 2019년 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0년부터 시행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시가’라는 잣대를 새롭게 들이댄 것이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주로 공시지가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져왔다. 이렇다 보니 공시가격과 현재 가치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꼬마빌딩 증여가 한때 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조명받았던 배경이다.
국세청은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주택 보유자들과의 조세 형평성을 맞추겠다”며 과세 방침을 바꿨다. 이전엔 상속세는 상속일 전후 6개월,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3개월간 비슷한 자산의 매매나 수용, 공매, 감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비거주용 자산 가치를 공시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국세청은 이 기간이 지나더라도 3개월(법정 결정기한)간 과세 대상 부동산이나 이와 비슷한 자산의 매매·감정·수용 등이 있을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추가로 집어넣었다. 국세청이 직접 감정기관에 의뢰한 평가 결과도 심의위가 다룰 수 있도록 했다.
감정평가가 모든 건물주를 상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비슷한 다른 사람은 놔두고 나에게만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냐”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인력과 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대상과 범위를 한정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납세자가 아닌 혐의가 있는 일부 조사 대상자를 선정해 시행하는 세무조사 제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렇다 보니 건물주들 사이에선 현재 국세청의 과세 방침을 두고 ‘복불복 세금’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신고해도 국세청이 문제 삼지 않으면 그만이고, 감정평가를 받게 되면 재수없게 억울한 상황에 부닥친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기준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감정평가 대상을 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며 “현 과세 방침이 유지된다면 국세청을 상대로 한 건물주들의 소송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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