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경우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 동의자가 최초로 5만명을 넘어섰다.
이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은 청원 동의자가 5만명을 넘으면 당 차원의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이번 청원은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의원 보호를 목적으로 해 ‘이재명 방탄청원’으로도 불린다.
5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당헌 80조 개정 요구 청원에 5만9000명이 넘는 당원들이 동의 서명을 보내왔다.
앞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계속되자 체계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일 당원청원시스템을 신설했다. 당비를 한 번 이상 납부한 권리당원은 청원 및 동의가 가능하다.
당시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5만명 이상 당원들이 동의하면 중앙당은 답변할 의무가 있다”며 “예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답변 기준선을 넘은 당헌 80조 개정 청원은 부패에 연루된 당직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검찰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검찰의 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하기 바빠 인사부터 국방, 외교, 교육 등을 주무는 탓에 나라의 시스템이 전방위로 무너지고 있다”며 “검찰공화국을 넘어 검찰독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한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정정국이 예상되는 바, 민주당 의원 모두와 당원동지들을 위해서는 해당 당헌당규는 변경 또는 삭제되어야 함이 맞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징계처분 역시 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최고위원들이 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징계처분을 최고위와 윤리위 의결을 거쳐 당원투표로 진행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청원을 두고 “사실상 당 대표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구하기’ 청원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의원은 현재 대장동 개발의혹은 물론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8월 중 기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만약 청원이 받아들여져 실제 당헌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이 의원은 설령 검찰 기소가 이뤄져도 당 대표직을 유지할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이번 청원 동의가 이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 강성 당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친명 당원들은 청원이 시작되자마자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되어도 검찰에 기소될 시 당 대표 자격이 박탈되는 규정이 민주당 당헌 당규에 있다”며 “이를 개정하고자하는 청원이 당원청원 시스템에 올라왔다”는 메시지를 돌리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민주당은 해당 청원 인원이 기준선인 5만명을 넘어선 만큼 조만간 당 차원에서 답변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회의를 거쳐 답변을 언제 어떤 내용으로 할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 지도부인 비대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청원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차기 지도부에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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