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법적대응" 선포…'사생결단 항전' 나설까

입력 2022-08-07 13:59   수정 2022-08-07 14:00


국민의당 '비대위 체제' 공식화로 해임 위기에 놓인 이준석 대표가 잠행을 끝내고 전방위적 대응을 예고했다.

오는 9일 전국위원회에서 공식 출범할 비대위 체제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친윤계'를 직격하며 가처분 신청 계획을 밝힌 이 대표의 반격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전국위는 비대위 출범의 마지막 관문인 만큼, 이 대표가 명예회복 차원에서 사생결단의 항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임전국위는 지난 5일 당 상황을 비상대책위 출범 조건에 해당하는 '비상상황'으로 해석,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날 서병수 전국위의장은 상임전국위가 끝난 뒤 비대위 출범 즉시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가 해산돼 당대표 직위도 사라진다며, 이 대표의 복귀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같은 날(5일) SBS와 KBS 등 언론에 "가처분(신청)은 거의 무조건 한다고 보면 된다"며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시점에 공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전면전을 예고했다. 현재 이 대표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가처분 신청서 작성에 착수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당대표가 내부총질 한다는 문장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며 "모든 세대에게 미움받는 당을 만들려는 바보들의 합창"이라고 사실상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나눈 문자에서 이 대표에 대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것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그는 부진한 여권의 지지율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지지율 위기 핵심이 뭔지 국민들은 모두 다 안다"며 "위기가 오면 (윤핵관이) 가장 먼저 도망갈 건데 그런 사람이 대중 앞에는 나서지 못하면서 영달을 누리고자 하니 모든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라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여권 핵심층을 재차 겨냥했다.

친이준석계도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등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는 7일 집단소송과 탄원서 제출 같은 법적 대응과 함께 오프라인 토론회 개최 등 단계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지역구 당협을 방문해 항의성 포스트잇을 남기거나, 비대위 출범이 헌법 제8조 2항(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에 위배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82인증' 남기기 등 여론전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반격에도 이 대표는 당분간 험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위에서 비대위 출범 공식화하면 이 대표의 체제는 종식될 뿐만 아니라, 당내 여론도 이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 초반 집권여당의 내홍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부진의 책임론에서도 이 대표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반격 예고에 우군들까지 떨어져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를 감싸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일 "당대표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징계를 당하고 밖에서 당과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양상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꼭 지난 박근혜 탄핵때를 연상시킨다"며 "이제 그만들 하라"고 일침했다.

그는 "이미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당 대표 복귀가 어렵게 됐다"며 "당 대표쯤 되면 나 하나의 안위보다는 정권과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하거늘 지금 하시는 모습은 막장정치로 가자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여태 중재를 해볼려고 노력했으나 최근 대응을 보고는 이젠 그만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라디오방송에서 "틀린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혼란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없다"며 "이 대표는 이쯤에서 당 대표로서 손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기울고 있는 당내 여론 뿐 아니라 가처분 신청 및 '성접대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의 결과가 불투명한 것도 이 대표에게 불리한 요소다. 이 대표가 직접 가처분 신청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기각되면 정치적 명예 회복의 길은 더 어렵게 된다. 또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서 '송치' 결정이 나오면 추후 이어질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당분간 의혹은 이 대표의 복귀를 막는 족쇄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이 대표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비대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시나리오, 이 대표 측근의 전당대회 출마 시나리오, 신당 창당 시나리오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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