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전투준비 태세에 들어간 대만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국제사회에 중국의 폭력적 활동 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어떤 선택도 준비돼 있다며 필요 이상의 과도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일본도 군사적 경계를 강화하면서 한국을 거쳐 일본을 방문한 펠로시를 환대했다.
그렇다면 펠로시는 왜 ‘불장난에 타 죽을 것(玩火必自焚)’이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고와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이라는 섬뜩한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했을까. 이 방문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대만은 왜 방문을 받아들였을까.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자 하는 중국의 지나치다 싶은 반발도 의문 거리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만 사태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 문제를 둘러싼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미국이 수교 과정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인정해 놓고도 사실상 대만을 지원하는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대만(일중일대)’ 정책을 펼치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지지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어느 일방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며 대만 지원을 천명하고 있다. 백악관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자유라며 행정부의 의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용기를 타고 미 공군과 해군의 호위를 받은 방문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행보이며 중국 주권을 훼손하는 도발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대만의 독립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다는 중국의 인식과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국의 팽창을 억제해야 한다는 미국 행정부의 인식이 충돌한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대만에 전략적 지위를 부여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약점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만의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실추된 국제 리더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대만 지키기’가 상징적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강경 대응을 불사하는 이면에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통해 안정적 분위기 속에서 3기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 중국의 입장과 11월 미국 중간 선거에서 민주·자유 가치 확산을 통한 대중 압박 정책 유지가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도 있다. 중국은 애국주의를 자극하면서 ‘시진핑 중심의 대미 항전 태세 구축’으로 활용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대만 역시 연말에 6개 단위의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고, 펠로시가 대만 도착 일성으로 ‘공산 독재 국가인 중국에 맞선 대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방문’임을 밝혀 국제적으로 중국과 대비되는 ‘민주 체제’임을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 후폭풍은 미·중 갈등은 물론이고 양안 관계의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면서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의 과도한 군사행동은 중국이 그토록 원치 않는 대만의 ‘탈중국화’를 가속화하고, 그렇지 않아도 우호적이지 않은 국제사회의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는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물론 중국의 대만 경제제재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분야가 제외되고, 시진핑과 바이든 간 대면 회담 추진 등 출구 전략도 모색하고 있지만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로까지 파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세관이 중국 현지 한국 기업에 대만산 원산지 표기가 있는 부품 수입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특히 ‘사드 3불’을 다시 들고나오면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반도체 협의체인 칩4 참여에 극도의 우려를 표하는 중국에 빌미를 주지 않도록 정교한 전략 수립과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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