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 인상과 은행채 발행이 카드사 등 2금융은 물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예·적금으로 향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전달보다 28조원 늘어난 750조56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60조원이나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연 2.2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2.75~3%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요구불예금에서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원가성 예금의 이탈로 금리 경쟁이 벌어지면서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상위 3개 은행 기준)까지 뛰었다. 인터넷전문은행(연 2.5~3%)보다 높고 2금융권인 저축은행(연 3.42%)과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다.
은행으로선 고금리 정기예금이 늘어날수록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은행의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른다. 코픽스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7조680억원으로 지난해 10월(9조15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5월(3조7040억원), 6월(2조25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발행액(24조7100억원)도 최근 1년 새 가장 컸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경우 은행채 금리도 상승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은행채 발행을 통해 미리 대출자금 등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 예·적금과 은행채에 시중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면 2금융과 기업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은행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의 조달 비용이 오르고 금융회사는 대출을 회수하는 등 신용 경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대출이 늘어나면 가계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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