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6년이 넘게 흐른 7일 고용부는 숫자만 조금 달라졌을 뿐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협 1057개를 조사했더니 우선·특별채용 등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이 63곳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기업 100곳 중 6곳에서는 고용세습이 보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6년 전에 비해 비율이 낮아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2020년 8월 대법원이 “산재유족에 대한 특별채용은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 발표엔 산재유족 특별채용이 고용세습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적발된 고용세습 조항은 주로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업무 외 상병자의 직계가족을 우선채용(58건)하는 사례가 많았다. 재직 직원이 추천하면 채용하는 경우(5건)도 있었다. 상급단체별로 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사업장이 43개(68.3%),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사업장이 18개(28.6%)였다.
이번에도 고용부는 시정명령과 엄정한 사법처리를 공언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고용세습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며, 특히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하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엄정한 사법처리라는 말이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경고에도 노조가 고용세습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을 때 받게 될 법적 처벌 수위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보다 엄정한 처벌 규정이 없이는 고용세습을 뿌리 뽑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고용세습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곤 했다. 국회의 방관 속에 노조가 요구하면 기업은 못 이기는 척 도장을 찍는 ‘짬짜미 단협’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고용세습을 뿌리 뽑기 위해 필요한 건 장관의 엄포가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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