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가격협상 실패…日보다 3100억 비싸게 LNG 사들여

입력 2022-08-07 17:30   수정 2022-08-08 01:09

한국가스공사가 가격협상 실패와 국제 중재 소송 패소로 인도네시아 가스전에서 일본보다 5년간(2018~2022년) 3100억원 이상 비싼 값에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한 것으로 7일 파악됐다.

이날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스공사는 인도네시아 세노로 가스전(DSLNG) 사업에서 구매하는 LNG 가격이 부당하다며 낸 국제 중재 소송에서 작년 11월 패소했다.

이 사업은 세노로 가스전에서 가스를 개발해 한국과 일본으로 LNG를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가스공사는 세노로에서 생산되는 연간 200만t의 LNG 중 70만t을 도입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1년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합작해 이 프로젝트 지분 9.8%를 확보했다. 가스공사가 가스전 개발부터 LNG 액화·도입·판매까지 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사업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더해 배당이익까지 올리는 일석이조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일본과 한국이 2018년 가격 재협상에 돌입하면서 불거졌다. 한국과 일본의 최초 DSLNG 계약 가격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일 때 MMBtu(열량 단위)당 15달러대로 책정됐는데, 일본은 2018년 협상을 통해 도입가를 MMBtu당 14달러대로 낮췄다. 이에 가스공사는 일본 수준으로 도입가를 낮추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싱가포르상사원에 제기한 국제 소송에서도 지난해 11월 패소했다.

이 탓에 가스공사는 세노로 가스전에서 일본보다 수송선 한 척당 약 52억원 비싸게 LNG를 들여오고 있다. 연간 수입량인 70만t(LNG선 12척)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매년 624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실기로 세노로 가스전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5년간 약 3120억원 더 비싸게 LNG를 도입하고 있다”며 “그 비용만큼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DSLNG와의 국제 소송에서 패한 뒤 배당수익은 물론 안정적 물량 확보도 가능한 세노로 가스전 사업에서 일부 발을 빼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2027년부터 세노로 가스전 사업부문 일부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가스공사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세노로 가스전 사업에서 받은 배당금은 총 730억원에 달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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