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있지(ITZY)가 데뷔 후 첫 월드투어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다섯 멤버들은 약 120분 간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쏟아내며 '실력파 걸그룹'임을 제대로 입증해냈다.
있지(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는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5000석 규모)에서 첫 월드투어 '체크메이트(CHECKMATE)'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
2019년 2월 데뷔한 있지는 약 3년 만에 데뷔 첫 월드투어를 열고 글로벌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데뷔곡 '달라달라'를 시작으로 최근 컴백해 선보인 '스니커즈(SNEAKERS)'까지 당차고 에너제틱한 팀 고유의 색깔이 깃든 곡으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온 덕에 4세대 걸그룹 선두에 서서 월드투어라는 유의미한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 시작이 되는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퍼포먼스에 강한 팀'답게 있지의 에너제틱한 무대를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팀의 시그니처인 거대한 왕관과 함께 있지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에 맞춰 밴드 편곡된 '마.피.아 인 더 모닝(In the morning)'과 '쏘리 낫 쏘리(Sorry Not Sorry)', '슛(SHOOT!)'까지 강렬한 오프닝 무대에 공연장은 금세 팬들의 힘찬 박수와 호응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프닝 무대가 끝난 후 리아는 가득 찬 객석을 둘러보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많은 분이 와주셨다. 오신 분들 모두 환영한다"고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채령은 "단독 콘서트가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루는 오늘을 위해 믿지(공식 팬덤명)들이 보고 싶어 할 무대를 새롭게 준비해봤다"고 말했고, 유나는 "우리의 이름을 건 단독 콘서트도 처음이고, 공연장에서 믿지들의 함성 듣는 것도 처음"이라며 감격했다.
"오늘 있지가 어떤 팀인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보여드릴게요."
류진의 자신감 넘치는 외침과 함께 본격적으로 있지의 파워풀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무대들이 펼쳐졌다. 특히 그간 공개한 적 없는 무대들로 꽉 들어찬 세트리스트에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고자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신보 '체크메이트'의 수록곡 '왓 아이 원트(WHAT I WANT)', '365'부터 '체리(CHERRY)'까지 에너제틱한 퍼포먼스가 쉼 없이 이어졌다.
있지의 성장 속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지난해 4월 발매한 미니앨범 '게스 후(GUESS WHO)'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48위로 진입했고, 이후 그해 9월 발표한 정규 1집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는 11위를, 지난달 발매한 미니 5집 '체크메이트'는 8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씨(ICY)', '워너비(WANNABE)', '낫 샤이(Not Shy)', '로꼬(LOCO)', '스니커즈' 등 있지를 대중에 각인시킨 히트곡 무대는 단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리아는 "데뷔곡을 3년이 지나 첫 콘서트에서 보여드리게 되니 기분이 남다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대부분의 무대를 오롯이 다섯 멤버들끼리 소화했다는 것. 일부 무대에는 댄서들이 함께 오르기도 했지만, '걸그룹 퍼포먼스 강자'라는 수식어를 입증하듯 다섯 멤버만으로도 무대가 빈틈없이 꽉 채워졌다. 공연 중간에 송출하는 영상은 중반부까지 하나도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화했다. 그야말로 멈추지 않고 내달린 멤버들이었다. 땀을 줄줄 흘리며 "오늘 믿지들도 땀 내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한 있지는 음악과 퍼포먼스만으로 공연을 풍성하게 이끌었다.
멤버별 개성과 역량을 아낌없이 느껴볼 수 있는 개인 무대도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였다. 류진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여유로운 무대 매너로 도자 캣의 곡을 불렀고, 유나는 코난 그레이의 '매니악(Maniac)'으로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리아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레드(Red)'로 보컬 역량을 한껏 드러냈고, 채령은 아리아나 그란데, 예지는 두아 리파의 곡을 각각 선곡해 색다른 모습을 가감 없이 펼쳐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있지는 이후 10월 26일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피닉스, 달라스, 슈가랜드, 애틀랜타, 시카고, 보스턴, 뉴욕까지 미국 8개 지역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현재 미국 투어의 티켓은 빠른 속도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상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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