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7거래일 연속 순매수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 들어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은 지난 한 주간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지속하며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 달러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직전 거래일까지 7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행렬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13일 9거래일 연속 순매수 이후 가장 긴 매수세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누적 2조230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해당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3.12%, 4.52% 각각 올랐다.
외국인들은 실적 강세를 보인 국내 2차전지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1~2위에는 LG에너지솔루션(4548억원), 삼성SDI(2688억원)가 올랐다. 하반기 생산 회복과 함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이 확대되는 가운데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6개월 보호예수 물량 해제라는 악재를 털어낸 점 또한 호재로 작용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불거진 미국-중국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국내 2차전지 관련주가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에만 주가가 28% 빠진 삼성전자(2456억원)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이어 LG화학(1671억원), 한화솔루션(1600억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전반적으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짙어진 건 달러화 강세가 완화된 영향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등 물가상승 우려가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도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면서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며 "이에 외국인은 지난 7거래일간 2조원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직전 거래일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밑돈 1298.50원을 기록했다. 하루 만에 11.8원 떨어지면서 지난달 28일(17.2원)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달러당 1326.1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뒤 하락폭을 키워 1300원선 안팎에서 머무르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인 환율이 미중 갈등과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 기조 속 앞으로도 하락세를 보일지에 대한 금융권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7월 이후 급격한 원화 약세 움직임은 진정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교역조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특히 수입 물가를 자극했던 원자잿값과 공급망 붕괴의 이슈가 점차 진정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 역시 모멘텀의 전환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는 유로존보다 미국에서 조금 더 회자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의 전망이 반영된다면 과도한 달러 강세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중 간 정치적 갈등은 한국을 비롯한 관련 통화에 상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물가 상승과 거리를 두며 상대적인 완화정책을 펼치던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돈육 가격의 오름세로 인해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에서의 안도감이 이어지는 점은 일단 환율을 달러당 1300원 아래로 좀 더 끌어 내릴 수도 있는 요인이지만, 지정학적 위험과 중국 물가에 대한 경계감 등이 하단에 대한 저항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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