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차례 격동을 겪고 침체에 빠졌던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할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미 증시는 지난 몇 주 동안 대부분 상승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가격도 지난 한 달간 15%가량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과 S&P500의 상관계수(90일 기준)는 0.65다. 지난 6월 약세를 보인 후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 이 계수가 1이면 비트코인 가격과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고, -1이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미 증시가 바닥을 쳤다면 암호화폐는 상승세를 탈 준비가 된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처럼 주식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무너질 때는 암호화폐 시장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 증시와 암호화폐는 거의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배경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매파적인 FRB가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올해 모든 자산 변동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미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바닥을 쳤는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닥은 시간이 흐른 위에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도 최저점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022년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시간이었다"며 "다만 위험 회피 심리가 만연한 이후 시장의 흐름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오름세가 소폭에 그칠지, 본격적인 강세장으로 흐름이 바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27%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더리움은 70% 올랐는데 이는 2021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고 상승률이다.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거래량이 증가했다. 이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주간 암호화폐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 관측됐던 상승세보다는 훨씬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2만300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블랙록의 투자관리 프로그램인 ‘알라딘’에 암호화폐 거래, 중개, 보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암호화폐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