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단 지 10년이 흘렀다. 이후 tvN '미생'으로 또 한 번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브라운관 외에 스크린에서도 '변호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으로 확실히 대중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배우로 새로운 2막을 연 그에게 이제 '연기돌'이라는 수식어는 흐릿하다. 배우 임시완의 이야기다.
임시완은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개봉 6일 차인 8일 오전 진행한 언론 화상 인터뷰에서 "10년이라는 숫자가 아주 큰 부담인 것 같다. 한 것에 비해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아직 해야 할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 10년 동안 무언가 하나를 계속해왔지만 전문가로서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겠나 싶다.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개인적으로는 연차를 따지고 싶진 않다. 10년이나 했다는 걸 외면하고 싶다. 내가 얻은 것, 스킬에 비해 해온 시간이 너무 길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비상선언'은 임시완의 필모그래피에 확실한 인상을 남길 또 하나의 작품임이 분명하다. 사상 초유의 테러로 항공기가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상황 속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그는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에 온 승객 진석으로 등장한다. 재난의 시작을 여는 악역, 즉 '테러리스트'다. 초점을 잃은 듯한 눈빛,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미소 등 임시완의 섬세한 연기는 '비상선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비상선언'을 통해 임시완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이어 두 번째로 칸 영화제를 다녀왔다. 임시완은 "처음 칸에 갔을 때, 그 영화제의 문화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날 바라보던 낯선 표정들도 기억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 표정들이 내 연기를 보고 기립박수를 치면서 '너 되게 잘했다'는 칭찬의 눈빛으로 바뀌는 걸 봤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고, 이게 내가 연기를 하는 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꼭 다시 한번 칸 영화제에 가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담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갔었다"고 전했다.
배우로서 지닌 본인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일반적인 배우, 연예인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임시완은 "체구가 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주 작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안 하면 살이 더 빠져서 콤플렉스다. 운동해야 그나마 지금보다 살이 붙는 편"이라면서 "콤플렉스라는 게 평범함의 범주를 넘어서는 건데, 오히려 이걸 역으로 활용해 캐릭터로 조합시키면 이질적인 생경함이 생기는 것 같다. 안목 좋은 감독님들께서 그걸 역으로 이용해주셔서 의외성이 생기고, 또 그런 의외성들이 내게 잘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는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를 품은 달'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던 때를 떠올리며 "당시엔 이 작품이 잘 돼서 다음 작품이 하나라도 들어왔으면 좋겠고, 그다음 작품이 또 잘 돼서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꾸준히 연기를 계속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단지 조금 더 큰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 콘텐츠, 그 안에서의 연기가 세계 시장과 견주어 못나지 않다는 확신이 든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의 불특정 다수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부분이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달라지고, 욕심이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상선언'은 지난 3일 개봉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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