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KT 콜센터는 작년 5월부터 AI 기반 음성·채팅 상담을 도입했다. 1년 만에 직원 퇴직률이 기존 2.6%에서 1.8%로 줄었다. 학업·결혼 등 이유를 제외하면 단순 스트레스를 사유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9년부터 고객센터에 AI 채팅 상담을 도입한 카카오도 비슷한 분위기다. AI 상담 기능 도입 후 퇴직률이 약 절반으로 줄었다. 최근 온갖 분야에서 퇴사가 줄을 잇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두 기업 모두 AI가 콜센터 근무자의 감정노동 건수를 줄여준 게 주효했다. 단순·반복 상담 업무는 아예 AI가 전부 맡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전산 결제 기록 인증 등을 AI가 수초 만에 끝내면서 이용자들이 상담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카카오는 이용자 상담 연결률이 AI 도입 전 50%에서 올 상반기 기준 93.4%로 올랐다. AI는 주말까지 하루 24시간 문의 응대를 할 수 있다.
업무에 따르는 긴장과 압박감도 줄어든다. 그동안 콜센터 상담사는 전화로 이용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 내용을 키보드로 받아치고, 동시에 관련 정보를 검색해야 했다. 이 중 검색 업무가 떨어져 나갔다. AI 챗봇(채팅 서비스) 등이 상담사가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답변에 필요한 정보를 추려준다. KT의 경우 유·무선 통신, 인터넷TV(IPTV), 부가서비스, 결합할인 등 각 분야에 걸쳐 상담 분류 코드가 1700개에 달한다.
기존엔 상담사가 대부분을 외워 대응했지만 이젠 AI가 이용자와 상담사의 대화 내용만 듣고도 분류 코드 서너 개를 알아서 추천해준다. 신입 상담사가 어려워할 만한 내용이라면 근속기간이 긴 숙련자에게 전화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콜센터 근무자들이 “AI가 ‘멘털케어(심정 관리)’를 해준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용자의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KT 콜센터의 경우 AI 도입 이후 상담을 끝낸 이용자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같은 내용으로 다시 전화를 거는 횟수가 월평균 17만 건 줄었다. 상담자들이 개개인에 쓰는 평균 상담 시간은 도입 전 189초에서 도입 후 207초로 늘었다. 간단한 건은 AI가 빨리 끝내고, 복잡한 건은 이전에 비해 더욱 공을 들여 추가로 알아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AI 도입에 따라 기존 근로자들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로 옮겨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KT는 경력이 많은 일부 콜센터 상담사에게 AI컨택센터(AICC) 컨설팅 등을 맡기고 있다. 영업 업무를 맡는 사례도 있다. KT 관계자는 “상담 인력 일부를 영업 업무로 전환해 총 13만 시간에 달하는 영업시간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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