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보증금 1억원에 200만원이던 월세가 1억원에 300만원으로 뛰었어요. 그마저도 물건이 없어요.”(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월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우려했던 8월 전세 대란보다 월세 대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월세도 빠르게 뛰고 있어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다 보니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부터 월세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공덕동에 있는 공덕SK리더스뷰(전용면적 84㎡)는 2년 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 수준에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8억~9억원이던 전셋값이 2년 새 훌쩍 뛰어 12억~13억원까지 높아졌다”며 “전세자금대출도 쉽지 않아 월세로 눈을 돌린 사람이 부쩍 많아졌는데 매물이 나오는 족족 소화돼 이제는 월세 350만원까지 호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송파더센트레(전용면적 51㎡)는 2020년 3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선이었으나 올 6월엔 보증금 5000만원에 190만원으로 월세가 70만원 뛰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전용면적 84㎡)는 지난해 6월 보증금 2억원, 월세 45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보증금 2억원, 월세 52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아파트 매매는 꿈도 못 꾸고, 전세도 대출 이자 부담이 너무 크다”며 “어쩔 수 없이 월세를 고려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너무 뛰어 월급으로 충당이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2법 시행 후 2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6.8% 올랐는데 월세(전환율 연 4.1% 적용)는 22.8% 높아졌다”며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인 월세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월세 품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이 연 4.8%(올 5월 기준)로 오름세이긴 하지만 아직 전세대출 금리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차라리 정해진 월세를 일정 기간 동안 내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수요가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일부 대피성 수요가 몰리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