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시즌이 끝난 줄 알았는데, 왜 또 비가 계속 오는 거죠?”
8월 장기 비 예보가 나오면서 날씨에 민감한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덥고 습기 많은 6, 7월을 올해는 유달리 건조하게 보낸 것도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지만, 본격적 피서철인 8월 초부터 때아닌 긴 우기가 시작된 탓에 “일정을 모두 망쳤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장마전선은 이미 소멸됐지만, 이상 기후 영향으로 북쪽 지역의 강한 저기압이 다시 내려오면서 남쪽에서 올라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계의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오는 11일까지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8일 예보했다. 이날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에는 남북으로 폭이 30㎞에 이르는 좁고 긴 비구름이 형성됐다. 이 구름은 11일까지 남북을 오가며 중부 지역에 비를 뿌릴 전망이다. 수도권, 강원내륙·산지, 서해5도의 예상 강수량은 100~200㎜다. 많은 곳은 30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 북부, 경북 북부, 강원 동해안에도 30~80㎜의 비가 올 전망이다. 12일 이후에도 비구름이 한반도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당 50~8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며 “휴전선 인근 지역에 많은 비 소식이 있는데 임진강 한탄강 북한강 하류지역의 범람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아닌 8월 장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며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장기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전체를 뒤덮고 있어야 하지만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면서 두 공기 간 정체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가 밀어낸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 북동쪽에 자리잡으면서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순환되지 못하고 한반도 남쪽으로 밀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장마는 7월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체전선”이라며 “현재 중부지역에 비를 뿌리고 있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정체전선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독 올해 한반도 내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도 저기압이 한반도 남쪽으로 흘러 내려오려는 경향은 있었지만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에 차단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남중국해 수온, 인도양 대기 흐름 등 다양한 요인으로 한반도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지성 기습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 산업 현장의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처럼 매년 비슷한 흐름으로 반복되는 강수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양상으로 비가 내릴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