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이 상원을 통과하자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내년부터 차량을 북미에서 제작하고 배터리 원료의 중국 의존도도 크게 낮춰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격랑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원은 7일(현지시간)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51표, 반대 50표로 IRA를 통과시켰다. 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하지만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인 만큼 사실상 통과가 확정적이다. 이 법안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예산 규모는 4300억달러(약 558조원)에 달한다. 법안 내 자동차 관련 조항의 핵심은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대당 총 7500달러(약 98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에 장착하는 배터리와 관련해서도 까다로운 조항이 붙어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채굴과 제련이 내년부터 40% 이상,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 이상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국 포함)에서 이뤄져야 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도 내년부터 50% 이상이 북미 생산품이어야 한다.
IRA에 대해 “중국 주도 밸류체인에 의존하는 전기차산업을 미국 내로 이전하려는 게 주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자동차는 제조와 배터리 조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법안이 내년부터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업체들은 당장은 ‘탈(脫)중국’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차 밸류체인의 70~8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 등이 속한 자동차혁신연합(AAI) 존 보첼라 회장은 “추가 요건까지 발효되면 그 어떤 차량도 법안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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