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는 앞서 한반도 북동쪽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열과 수증기를 포함한 열대저압부가 오호츠크해에서 고기압 ‘블로킹(공기벽)’을 만들어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길목이 막힌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충돌해 장마철과 유사한 정체전선이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유독 올해 한반도 내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해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도 저기압이 한반도 남쪽으로 흘러내려오는 경향은 있었지만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에 차단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학과 교수는 “남중국해 수온, 인도양 대기 흐름 등 다양한 요인으로 한반도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은 변수가 대만 서쪽 해상에 있는 열대저압부라고 말한다. 대만 해상 수온이 높기 때문에 이 열대저압부가 세력을 키우게 되면 제7호 태풍 ‘무란’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 관계자는 “언제 어떤 양상으로 비가 내릴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8일 밤 폭 좁은 비구름대가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작구 신대방동엔 오후 9시까지 1시간 동안 비가 136.5㎜ 내렸다. 서울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대치인 118.6㎜(1942년 8월 5일)를 80년 만에 넘어섰다.
기상청은 오는 10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서해5도에 100~300㎜, 충청권과 경북 북부에 30~150㎜, 전북 북부에 50~3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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