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의장
"대형 성장 기술주 반등은 낙폭과대의 반작용…대세상승 힘들어"
"인플레 시대엔 전통 가치주 매력 상승…가격전가력 높은 기업 주목해야"
'찐 가치주의 시간이 옵니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사진)은 9일 "향후 최소 3년간 코스피 지수가 2500~3000을 횡보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이 같은 새로운 스테이지에선 가치주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낙폭 과대 성장주들이 2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반등에 성공하며 다시 성장주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가 옅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주를 유망 투자처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 의장은 대형 성장 기술주들의 반등은 "큰 낙폭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라며 "대세 상승을 예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성장주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금리인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수급 불안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현재 상황이 1970년대 중반과 유사하다고 봤다. 당시 미국 증시를 이끌던 성장 우량주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의 거품이 꺼지고 있었고, 베트남 전쟁 역시 막바지였다. 1차 오일쇼크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그 결과 뉴욕 증시는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이듬해 회복을 하긴 했지만 70% 남짓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 의장은 "지금 증시 상황이 당시와 꼭 닮아있다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70년대 중반~80년대 초반까지 시장 상황은 별로였지만 '그레이트 밸류 마켓(great value market)'이었다"고 평가했다. "워런 버핏이 한 해 100% 넘는 수익을 내는 등 엄청난 가치주의 상승 랠리가 이어진 시기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성장주의 거품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가치주가 수두룩했고, 이들이 큰 폭의 상승을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3300에서 2300으로 추락한 코스피 지수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치상 3000까지 반등이 가능할 텐데 이를 이끄는 것은 낙폭과대주가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후 상승세가 꺾이는 반락이 이뤄진 후 전저점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2500~3000 사이를 최소 3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박스권 장세에서 가치주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시가총액이 20조원 수준인 포스코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설비와 인프라를 새롭게 투자한다고 할 때 시총을 뛰어넘는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대규모 장치를 보유한 전통 가치주들의 매력이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수 위주보다는 글로벌 플레이어 가운데 실적이 유지되고 가격전가력이 높은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또한 "금리 3% 시대가 되면 채권의 PER이 33배가 되는데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이 있으려면 PER이 절반 수준인 16.5배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며 "이 같은 논리상 PER이 50~100배에 달하는 성장주보다 PER이 낮은 가치주가 경쟁력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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