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진·이채린 공동대표, 마케터·개발자로 만나 1시간 만에 창업 '의기투합'

입력 2022-08-09 17:56   수정 2022-08-10 00:20


만난 지 1시간 만에 공동 창업을 결심하고 5년째 스타트업을 이끌어온 두 사람이 있다. 글로벌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썸의 최유진(왼쪽), 이채린(오른쪽) 각자 대표다. 이들은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됐을까. 9일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최 대표는 열정적인 마케터이고 저는 논리적인 개발자여서 성향은 다른 편”이라면서도 “교육 문제를 풀고자 하는 창업 동기가 닮아 같은 길을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실질적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가 더 절실했다는 것이다.

클라썸은 회사명이자 이들이 개발한 ‘교육 소통 플랫폼’ 명칭이기도 하다. 클라썸은 수업 시 교사와 학생들이 질문과 답변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SNS다. 인공지능(AI) 조교인 도트(DOT) 기능도 갖추고 있다. 도트는 문맥과 관련 질문을 알아서 검색해주고, 중복 질문에 답변하는 역할을 한다.

2018년 1월, 두 사람은 KAIST 창업원 선생님의 소개로 만났다. 이 대표는 KAIST 전산학부 2학년에 재학 중 학생과 교수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하지만 수익모델을 만들고, 이를 팔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KAIST 대학원생이었던 최 대표도 교육용 앱 창업을 준비 중이었다. 이 대표를 앱 제작을 맡아줄 ‘외주 사장님’이라고 생각한 그는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챙겨와 열정적으로 피칭(기업설명)했다. 곰곰이 듣고 있던 이 대표는 갑자기 “공동창업할 생각 없나요?”라고 물었고, 최 대표는 흔쾌히 동의했다. 20대 초중반의 창업가에게 복잡한 계산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해결하고 싶었던 교육 문제는 뭐였을까? 입시 경쟁을 치르면서도 경쟁보다는 서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이 대표였다. 전산학부 대표로서 ‘카카오톡 채팅방’을 운영했던 그는 ‘톡방이 없었으면 수업 정보를 구할 수 없어 한 학기를 그냥 포기했을 것 같다’는 동기의 글을 보고 학습용 SNS를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최 대표는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동부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인종차별을 겪은 그는 어려운 교육 상황에서 언어와 문화 장벽을 낮추고 싶다는 목표를 품게 됐다.

이 대표가 “수업용 SNS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다들 안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2월 코로나 확산 초기에 대학에 무료 배포를 결정한 것이 기회가 됐다. 이어 미국 화상 서비스 줌, 메타버스 서비스 게더타운과도 발 빠르게 연동 서비스를 내놨다.

클라썸은 25개국 6000개 이상의 대학과 기업에서 쓰는 플랫폼이 됐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클라썸을 정규 도입했고, KAIST는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업에서 클라썸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 경영대 학생회장 당선자는 공약으로 ‘클라썸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클라썸은 에듀테크를 넘어 기업용 인적자원개발(HRD)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LG 삼성 등 기업 고객사가 늘면서 2년 전부터 클라썸 매출의 절반 이상이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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