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뒤늦게 속도 내는 정부부처 1급 인사

입력 2022-08-09 17:10   수정 2022-08-10 00:10

정부 부처들이 이번주 들어 줄지어 국정 운영의 ‘현장 사령관’인 1급 인사 발령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비워둔 자리를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오자마자 약속한 듯 채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요직인 주택토지실장과 지난 6월 터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업무 공백 문제가 제기된 교통물류실장 자리를 채웠다.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노동정책실장과 산업재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을 공석으로 뒀던 고용노동부도 다음날 이 자리에 두 명의 국장을 승진 발령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비어 있던 에너지산업실장 자리를 채우며 1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공석 수를 줄이진 못했지만 전보를 통해 총괄 보직을 채우는 인사도 잇따르고 있다. 1급 자리 9개 중 세 자리가 비어 있는 국무조정실은 국정 운영 전체의 기획·총괄을 담당하는 국정운영실장에 남형기 청년정책조정실장을 임명했다. 외교안보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싱크탱크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직도 전보를 통해 공백을 메웠다.

관가에선 지난 5일 본지가 비어 있는 21개 정부부처 1급 자리 103개를 전수조사해 보도한 ‘尹 정부 인사 공백’ 기사가 ‘먹통’이 됐던 정부 인사를 재개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본지가 파악한 1급 자리 공석 23개 중 몇몇 주요 보직이 채워졌을 뿐이다. 교체 대상이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애매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1급도 상당수다.

전 정부 책임도 있다. 문재인 정부 막판에 대규모 인사로 소위 ‘알박기’한 공공기관 인사만 80여 명으로 추산된다. 평상시라면 중앙부처 실·국장 출신이 새로 맡았을 자리다. 선배들이 나가질 못하니 실장부터 국·과장까지 모든 인사가 꼬였다. 전 정권에서 청와대에 몸담았거나 국제기구에 파견나갔던 국·과장들이 부처에 복귀하지 못하는 사례도 넘쳐난다. 이들은 ‘야인’처럼 자유시간을 보내며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제한된 풀 안에서 인사를 돌려야 하니 전문성이나 능력보단 ‘일단 채우고 보자’ 식의 인사도 눈에 띈다. 장·차관부터 차관보까지 모두 해당 분야 비전문가로 채워졌다는 논란이 일었던 부처 사례도 있다.

출범 석 달이 지나도록 연금 개혁을 주도할 보건복지부 장관과 새 정부 규제혁신의 한 축을 담당할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누가 무능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다”는 한 중앙부처 과장의 말이 귓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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