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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Siri)’와 얼굴 인식 기능 ‘페이스ID’엔 공통점이 있다. 애플이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기술이란 점이다. 터치ID와 애플뮤직, 애플뉴스도 스타트업 인수의 산물로 꼽힌다.
혁신의 기반이 된 애플의 인수합병(M&A)이 최근 2년 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다른 빅테크와 대조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경기침체 우려와 정부의 규제 칼날 속에 애플의 M&A 심리가 움츠러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불확실성에 M&A 줄여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2021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에 M&A에 쏟아부은 자금은 3300만달러(약 430억원)로 집계됐다. 직전 회계연도(15억달러)보다 97.8% 급감했다. 지난 6월까지 9개월간 인수 대금은 1억6900만달러로 늘어났지만 2년 전에 비해 턱없이 적다. 블룸버그는 “MS 메타 아마존과 같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며 “3~4주에 한 번꼴로 회사를 인수하던 애플의 M&A 속도가 급격히 둔화됐다”고 전했다.그간 애플의 M&A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2월 “애플이 최근 6년간 100여 개 기업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초대형 기업 인수에 초점을 맞춘 다른 경쟁사와는 상반된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수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올해 애플이 인수한 기업은 영국 스타트업 크레디트쿠도스(핀테크 업체)와 AI뮤직(음악 스타트업) 등 단 두 군데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M&A도 실종됐다. 현재까지 애플이 인수한 가장 큰 규모의 기업은 헤드폰 제조업체 비츠뮤직으로 2014년 당시 인수 대금은 30억달러였다. 이후 애플의 M&A 비용이 연간 20억달러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반해 MS는 비디오게임 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다른 빅테크의 빅딜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력 확보에 전력
애플의 M&A가 위축된 것은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다. 앱스토어 수수료 관행 등과 관련해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는 애플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애플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현재 기업 인수에는 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적시에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부담스러운 조건이 부과된다”며 M&A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문제는 애플의 핵심 기술이 스타트업 인수로부터 탄생했다는 점이다. 시리는 2011년 아이폰4s에 처음으로 탑재됐는데, 이는 1년 전 애플이 음성 인식 기술업체 시리를 20억달러에 인수한 결과였다. 생체인식 기능인 페이스ID와 터치ID는 2010년 초 인수된 프라임센스와 어센텍 의 기술에서 각각 비롯됐다. 시리 인수가 없었다면 애플은 인공지능(AI)과 음성 비서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애플의 M&A는 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이 채용과 지출 규모를 줄이며 긴축 경영으로 전환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이 인수에 필요한 실탄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기준 애플은 1790억달러의 현금과 유가증권(주식, 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인수 대신)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현금을 사용하는 쪽을 택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기술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기업 인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쿡 CEO는 4월 “적절한 기회가 온다면 더 큰 규모의 M&A를 성사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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