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창업을 많이 하는 반면 교수들은 본인이 연구하던 원천 기술을 상용화하는 사례가 많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교수들의 잇단 기술 상용화가 산업 생태계 전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수 창업은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교수의 회사 직원 겸직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의대나 생명공학과 교수들이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허로 연구 성과를 보호하기 쉽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어 투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로봇 전문업체 이지엔도서지컬은 지난해 시리즈A(첫 번째 기관투자)에서 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2020년 설립한 에너지 하베스팅 전문 기업 휴젝트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남기춘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지검사 전문업체 마인드세팅케이유를 운영 중이다.
윤용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배우를 꿈꾸는 제자를 위해 배우 매니지먼트 업체인 은행나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최근 대학들의 적극적인 교수 창업 지원도 한몫했다. 서울대는 교수가 최대 두 개 회사까지 겸직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KAIST 교수는 최대 6년까지 창업으로 학교를 휴직할 수 있다. 한양대는 2017년 ‘창업(산학) 연구년’ 제도를 도입했다. 산학협력이나 기술창업 목적으로도 수업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민병헌 한양대 기술사업화센터장은 “단순 창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발굴부터 기업 성장 지원까지 회사 설립 및 육성의 모든 분야를 대학이 함께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창업 실적을 교원 평가의 60%까지 반영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대박 난 교수 창업자나 유니콘 기업을 만든 제자들을 보고 자극받아 창업하는 교수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주완/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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