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침체 속에 부동산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가 늘고 있다. 통상 시세보다 많게는 수억원씩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집값 하락장에서 낙폭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거래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과 중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친족 간 매매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시세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에 팔리는 거래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면적 178㎡는 지난달 18일 42억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올 1월 최고가(47억3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 떨어졌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48억~51억원)보다도 많게는 9억원 낮은 금액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누가 봐도 ‘증여성 거래’지만, 집값이 꺾이는 추세다 보니 ‘혹시 시세가 더 떨어진 것 아니냐’는 문의 전화가 여러 건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도 이전 최고가(13억3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초기인 2019년 10월 매매가(8억2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 시세는 이달 10억5000만원 선이다.
개발 호재로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던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이전 최고가 대비 억 단위로 내린 직거래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전용 69㎡는 지난달 이전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떨어진 11억8500만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푸르지오월드마크 전용 106㎡도 지난달 10억1000만원에 직거래돼 이전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5억원 넘게 떨어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낙폭이 과도한 직거래가가 시세에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락장에서의 불안 심리를 더욱 확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증여세법은 시가보다 30% 이하 또는 3억원 이하로 싸게 팔았다면 ‘편법 증여’가 아닌 ‘정상 거래’로 간주한다.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직거래 상한액은 12억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질수록 증여성 직거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증여세율이 40%에 달하는 10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가 증여보단 직거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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