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직거래…서울 집값 끌어내린다

입력 2022-08-09 17:31   수정 2022-08-17 15:19


주택 거래 침체 속에 부동산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가 늘고 있다. 통상 시세보다 많게는 수억원씩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집값 하락장에서 낙폭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거래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과 중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친족 간 매매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거래절벽 속 하락 부추기는 직거래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직거래 건수는 64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478건)의 13.4%를 차지했다. 아직 신고 기한(8월 31일)이 3주가량 남아 있어 직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직전인 지난 5월 20.2%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 직거래 비중은 6월 8.1%까지 떨어졌다가 7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시세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에 팔리는 거래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면적 178㎡는 지난달 18일 42억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올 1월 최고가(47억3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 떨어졌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48억~51억원)보다도 많게는 9억원 낮은 금액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누가 봐도 ‘증여성 거래’지만, 집값이 꺾이는 추세다 보니 ‘혹시 시세가 더 떨어진 것 아니냐’는 문의 전화가 여러 건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도 이전 최고가(13억3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초기인 2019년 10월 매매가(8억2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 시세는 이달 10억5000만원 선이다.

개발 호재로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던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이전 최고가 대비 억 단위로 내린 직거래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전용 69㎡는 지난달 이전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떨어진 11억8500만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푸르지오월드마크 전용 106㎡도 지난달 10억1000만원에 직거래돼 이전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5억원 넘게 떨어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낙폭이 과도한 직거래가가 시세에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락장에서의 불안 심리를 더욱 확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떨어질수록 증여성 직거래 늘 듯
부동산업계에서는 직거래 중 상당수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가족 간 거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증여하지 않고 시세보다 싼 값에 가족에게 팔면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다주택자 A씨가 5년간 보유한 15억원짜리 주택(매입가 10억원)을 증여할 때 부과되는 증여세는 단순 계산으로 약 4억740만원이다. 하지만 이 집을 시세보다 3억원 싼 12억원에 가족에게 매각하면 5300만원가량의 양도세만 내면 돼 3억5000만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행 증여세법은 시가보다 30% 이하 또는 3억원 이하로 싸게 팔았다면 ‘편법 증여’가 아닌 ‘정상 거래’로 간주한다.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직거래 상한액은 12억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질수록 증여성 직거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증여세율이 40%에 달하는 10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가 증여보단 직거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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