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서초 일대 고급 아파트에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지형적으로 지대가 낮은 강남의 특성과 예상을 넘어선 집중호우가 맞물린 결과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지하주차장이 빗물에 잠겼다.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는 빗물이 쏟아져 주민들의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반포자이 지하주차장 일부 출입구(사진)에서도 주차된 차들이 물에 잠겨 있는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엘스 역시 일시적으로 지하주차장 길목에 빗물이 고여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도로와 인도가 빗물에 잠기면서 차주들이 도로 위에 차를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115년 만의 폭우로 수도권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했지만 강남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주택 전문가들은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새 아파트의 경우 공사 후 남은 용접 찌꺼기와 시멘트 덩어리들이 단지 내부 배수관으로 흘러내려가 꺾인 관절의 안쪽을 막아 물 피해를 키우는 사례가 있다. 아파트 설계 땐 100년치 평균 연 강수량을 감안해 우수관(빗물을 빼는 관)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데,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우수 배출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건물 옥상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우수관의 용량을 초과하게 되면 엘리베이터실 연결 통로 등 정상적이지 않은 채널로 빗물이 넘쳐흐를 수밖에 없다”며 “예상할 수 없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여서 하자로 취급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남의 지형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고 오목하다. 서초와 역삼 지대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을 갖고 있다.
여기에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 능력 부족으로 고질적으로 침수가 발생하고 있다. 빗물 흡수가 어려운 아스팔트가 많아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 압력으로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하수가 역류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의 통수 능력 부족과 양옆이 높고 가운데가 낮은 깔때기 모양 저지대의 특성, 운영·관리의 문제가 집중호우 때마다 불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심은지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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