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갈등 조속히 수습…민심 괴리된 정책 시정"

입력 2022-08-09 17:10   수정 2022-08-10 01:29

국민의힘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닻을 올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만이다. 비대위 선장은 당내 5선 중진 주호영 의원(사진)이 맡았다. 새로 출범하는 ‘주호영호(號)’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쇄신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대위 전환 ‘속전속결’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오후 2시 화상 의원총회에선 18분 만에 참석 의원 73명이 만장일치로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데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오후 3시30분 전국위를 속개해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당이 ‘속도전’에 나선 것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를 계기로 ‘당정 동반 쇄신’을 힘있게 추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넘어진 이유는 정부 여당이 초심을 잃고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 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며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만 당정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 이전에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험로 예상되는 비대위
하지만 시작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이준석 대표가 비대위 출범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비대위원 구성을 마치고 비대위가 본격 출범하면 기존 최고위는 해산된다.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로 부재중인 이 대표도 자동 해임된다.

이 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이 통과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 합니다. 신당 창당 안 합니다’라고 적었다. 주 위원장은 “정치적 문제를 사법 절차로 해결하는 것은 ‘하지하(下之下·하책 중의 하책)’”라며 “이른 시일 내에 이 대표에게 연락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비대위의 주요 과제다. 주 위원장은 자신의 임무를 “이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지도체제를 구축해 당의 리더십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임시 지도부인 만큼 국민의힘은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 차기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열게 된다. 차기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된다.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당권 주자들의 경쟁이 심화하면 당내 권력 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호영, ‘내년 초 전대’에 무게
당권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차기 전당대회 요구 시점도 엇갈리고 있다. 주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때 여당이 전당대회를 한두 달 가량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내년 초 전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차기 당권 주자들은 본격 몸풀기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한 뒤 차기 당권 도전과 관련한 질문에 “국민의힘은 중도와 보수가 통합해 실용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내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재연/맹진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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