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장 가까운 동남아국…관광 넘어 기후협력 파트너로"

입력 2022-08-09 15:08   수정 2022-08-09 15:09

한국에서 필리핀에 관해 물어보면 ‘동남아 휴양지’ 또는 ‘세계복싱 타이틀 8체급을 석권한 파키아오나’ 등의 답이 돌아온다. ‘전화금융 사기’, ‘장기독재’를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리핀이 6·25 전쟁 당시 총파병군인이 7400여명에 달했던 혈맹국이란 것, 1960년대 후반까지 한국에 경제적 지원을 하던 아시아의 주요 경제국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동남아 국가다. 쌀 문화권으로 우리와 문화나 사고가 비슷한 이웃이다. K팝,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이동통신 서비스업체 홍보도 한국의 유명 걸그룹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뜨겁다. 문화 한류를 넘어 음식, 커피 등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과 화장품 등의 소비재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필리핀은 평균연령이 23.4세로 젊은 인구가 많고, 영어를 현지어(타갈로그어)와 같이 사용한다. 외국 문화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 공급망 붕괴에 따른 중국과 기타 동남아 투자 대안처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10대 광물생산 잠재국으로 구리, 금, 니켈, 크롬 매장량은 세계 6위권이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한국 관광객이 200만(전체 해외관광객 1위)을 넘을 정도였다.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산업 잠재력이 크고, 풍력. 수력 등 자연을 이용한 그린산업 발전 가능성도 커 우리와 협력할 여지가 상당하다.

최근 필리핀은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석탄 발전소의 신설금지와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전력산업 개편 작업 중이다. 외국과도 적극적인 협력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은 석탄 연료 발전소 비율은 42.6%이고, 수력(14.6%), 유류(14.3%), 천연가스(13.5%), 지열(7.5%), 태양광 및 풍력(7.5%) 순이다. 양국 기업인 대상 협력 희망 분야 설문 조사에서도 보건 의료 분야, 스마트시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협력 우선순위로 뽑고 있다. 아무래도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많은 필리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는 특히 중요한 이슈이다.

한국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해야 하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국외 감축분 3350만t을 우리 실적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이는 협력 대상 국가를 통해 달성해야만 하는 것이다. 필리핀도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75%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게 선언했는데, 이 중 72.3%는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 달성한다는 조건부 목표다.

국외 감축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와 협정 체결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다만 이는 국내 기업이 필리핀에서 태양광발전소 건설 등을 통해 달성한 탄소 배출량 감축분을 양국이 배분해 각자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선거공약 및 7월 말 첫 국정연설에서도 이전 두테르테 정부가 내세운 인프라 프로젝트의 지속 추진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원자력 발전소 설립 검토 등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와 협력 여지는 많아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정부 간 협력 채널을 공고히 하고 공공부문에서 협업 프로젝트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차원의 국제입찰 수주 노력과 현지 유력기업과의 제휴나 컨소시엄 구성 등도 요구된다. 긴밀한 협력으로 필리핀과 진정한 형제 국가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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