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확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근로자 대다수는 임금이 감소하고 여가시간이 감소해 삶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조선업 근로자의 경우 주52시간제 시행 전보다 평균 60만원 가량 임금이 감소했고 사라진 잔업 수당을 메우기위해 '투잡'을 뛰거나 가족까지 생업 전선에 뛰어들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전면시행 1년 근로자 영향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9일 밝혔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55.0%)은 주52시간제 도입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고 좋아졌다는 답변은 13.0%에 불과했다. 나빠진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93.3%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져서”라고 응답했다. 35.8%는 “연장수당 감소를 보전하기위해 '투잡'생활을 하느라 여가시간이 부족해졌다"고 했다. 18.8%는 “탄력근로 등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집중근로가 발생해 업무피로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 근로자 중 20~30대 연령층은 '투잡에 따른 여가시간 부족'과 '임금 감소'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여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52시간제 도입 후 임금이 감소했다는 근로자 응답은 73.3%에 달한 반면 증가했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감소액은 월 평균 60만1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대부분 50만원 미만 감소했다는 답변 비중이 높았지만 20대와 40대만은 5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 감소했다는 비중이 높았고 50~60대의 경우 100만원 이상 감소했다는 의견(30%이상)도 적지않았다.
임금 감소에 따른 대응(복수응답)으로는 73.2%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2.3%는 “가족 구성원이 추가로 일하게 했다”고 답했고 21.8%는 “투잡을 뛴다”고 응답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작년 조사땐 '투잡을 뛴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올해엔 '가족 구성원이 추가로 일하게 했다'는 응답이 높아졌다"며 "주52시간제 때문에 외벌이 근로자 가정도 대부분 맞벌이로 전환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을 생업 전선으로 내보냈다는 응답은 40대 연령에서 높게 나타났고 투잡을 뛴다는 응답은 30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현 주12시간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주간 단위에서 월 단위로 유연하게 바꾸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77.0%는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은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에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있는 삶을 누리기보다는 연장수당 감소로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에게 더 일할 수 자유를 허용하고 정부도 월간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근로자 건강권 못지 않게 일할 수 있는 자유도 중요하다"며 "근로시간 단축제도 보다 유연해져야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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