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 이재명 후보는 9일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가 건넨 손에 '노룩 악수'(상대방을 쳐다보지 않고 하는 악수)로 응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는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행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오늘 박 후보를 화장실에서 만나서 인사했는데, 여기(스튜디오) 들어올 때 악수를 안 해서 혹시 또 영상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그날(7일) 제가 다른 걸 보고 집중하느라 충분히 예를 못 갖춰 미안하다"며 "많이 섭섭했을 텐데, 앞으로는 제가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 후보는 "화장실에서 제가 미처 손도 닦지 않은 이 후보께 손을 내밀었다"며 화답했고,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얼른 악수를 했다"며 밝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7일 제주시 오등동 호텔난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마친 박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노룩 악수'로 응했다.
당시 이 후보는 오른손으로 박 후보의 손을 잡았지만, 왼손은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었다. 시선 역시 휴대전화를 향해 있었다. 옆에 있던 강훈식 후보는 표정 없이 손뼉을 치면서 어색하게 맞잡은 두 후보의 손을 바라봤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내내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띄우는 박 후보에 대한 이 후보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박 후보는 "이 후보가 '대선 패배 책임은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로 지고 이로 인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은 당대표 선거 출마로 지겠다는 말은 어이없는 궤변이고 비겁한 변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거만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동료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데 일어나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노룩악수에 제가 다 민망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무조건 잘했다고 두둔하는 반지성주의 팬덤에 경도된 것이냐. 아니면 어대명이라는 구호에 심취해 거만해진 것이냐"며 "승자의 여유를 보여달라. 그래야 '민주당만의 대표'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대표로 인정받는 이재명 의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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