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억대 넘는 '꿈의 직장' PEF에 입사하려면[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2-08-11 08:23  

이 기사는 08월 11일 08: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뉴욕거래소 상장사인 데르페르가닷컴을 평가해 (1) 이 주식을 매수(long) 또는 매도(short) 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2) 회사의 경영권을 매수(100% 인수)할 경우 적정한 기업가치와 잠재적인 가격을 산출하세요.

2. 회사의 향후 5년 재무 예측 모델도 함께 제출해주십시오. 향후 3년 목표 주가 및 LBO(차입매수)시 수익 분석을 포함해 주세요. 특히 우리가 투자를 위해 집중해야 할 지표와 투자 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강조해주세요.

3. 15장 분량의 PPT를 작성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주세요.
①당신의 이번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요?
②이 회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와 당신의 투자 철학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해주세요
③우리는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투자금 회수 방안)
④우리 투자철학이 맞다면, 당신이 예상하는 수익률은 얼마나 되나요?
⑤우리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해 경영권 인수를 한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얼마정도인가요? 또 이 회사의 내재가치와 그에 따른 적정 내부수익률(IRR)은 어느정도로 생각하나요?

#A. 당신의 보스가 국내 상장사인 지누스의 인수를 검토 중입니다. 전체 지분을 인수해 비상장사로 전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이에 대한 재무모델을 만들고 내부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는 투자설명서(IM)를 만들어 제출해 주세요.

B. 경영권 인수를 위한 LBO 모델을 첨부하세요. 다음을 포함 3년치 과거 성과와 5년간 미래 전망치를 담은 재무모델을 제시해주세요. △손익계산서(Income Statement) △재무상태표(Balace Sheet) △ 현금흐름표 △부채스케쥴(Debt Schedule) △기대수익률 계산, 민감도 분석 등. LBO모델 작성시 다음과 같은 가정을 반영해주세요. 100% 경영권 인수. 투자기간은 6년. 인수시 경영권 프리미엄은 30%.

C. 우리 투자팀을 설득할 투자설명서(IM)을 만들어주세요. △이 회사에 투자해야하는 간략한 요약 △산업 및 매크로 분석과 이 회사에 대한 소개 △당신의 투자 철학과 예상되는 투자위험요인 △ 실사시 중심적으로 검토해야할 부분 △회사의 재무 분석과 향후 예상치 △향후 회수 방법과 기대 수익률에 대한 분석을 포함해 주세요.



#1~3은 올해 초 한 신생 PEF인 ㄱ사의 대졸 신입사원 입사시험, #A~C는 글로벌PEF인 ㄴ사의 어쏘시에이트(3년차 이상·MBA졸업자 대상) 입사시험 중 마지막 단계인 '케이스스터디' 문제를 번역해 옮긴 것입니다(보안상 투자 대상 기업과 일부 숫자는 임의로 바꾸었습니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PEF에 입성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투자 기업을 분석하라는 유사한 문제가 나오지만 마감 시간이 다릅니다. 신입 채용 문제의 경우 지원자에게 3일(36시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경력직의 경우 회의실 혹은 화상으로 직원이 보는 앞에서 3시간~3시간 반 내 모델링 작업을 끝내야 합니다. ㄱ사의 경우 초봉으로 1억 중반대에 가까운 연봉을, ㄴ사의 경우 전체 보너스를 포함 4억5000만~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ㄱ사의 경우 약 100여명의 지원을 받아 올해 2명의 인턴 사원을 채용했습니다.

답변 제출 방식도 특이합니다. 전부 엑셀 숫자로 이뤄진 LBO모델 자료를 제출해야하는데, 여기엔 '글'은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오직 숫자로만 말하고 답변하는 구조입니다.



PEF들이 인재선발 마지막 단계에서 이 같은 테스트를 거치는 건 철저히 실무형 인재를 뽑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PEF의 상사가 회사 인수를 두고 협상을 벌이면서 조건 하나를 바꾸면, 옆 회의실에서 대기중인 주니어 인력들은 조건이 바뀌었을 때 적정 기업가치가 어떻게 바뀌는 지를 곧바로 계산해서 상사에게 보고해야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실제 모델링에선 숫자가 전부 순환참조로 이어져 있어 숫자 하나가 잘못됐을 경우 모든 논리가 무너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PEF 사무실 내에서 근무하는 초년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대부분의 일과가 이런 재무 모델링을 점검하고 채우고 숫자가 틀려 혼나는 단순 코딩업무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PEF로 커리어를 시작한 인력들의 첫 일정이 화려한 파티가 아니라 키보드에서 F1, Caps lock, Num lock, Insert 키 등 업무에 방해되는 자판들부터 떼어내는 것으로 시작되는 점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대졸 신입을 채용하는 PEF는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 글로벌 투자은행(IB) 혹은 맥킨지 베인앤드컴퍼니 BCG 등 상위권 컨설팅펌을 거쳤거나 중소형 PEF에서 경험을 쌓은 경력직들이 PEF에 입사합니다.

올해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에는 IB 출신 둘, 다른 PEF 출신 한 명이 3~4년차 급 주니어 어소시에이트로 입사했습니다. 한앤컴퍼니도 글로벌 IB 출신 두 명의 5년차 미만 주니어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기업의 적정 가치를 판단해야하는 PEF업무에선 자문사와 동고동락하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신입 사원을 뽑았다가 이들보다 이해도가 낮아 휘둘리면 안되지 않냐"는 게 한 국내 대형 PEF 파트너의 솔직한 답변이었습니다.

엄밀하게 보면 PEF는 수익 극대화라는 특정 목표를 두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뭉친 한시적 조직에 가깝습니다. 신입 채용이 적을 수밖에 없죠. 특히 글로벌 PEF의 경우 한해에 많아야 1~2건의 거래를 다루는 데다 포트폴리오 회사의 관리 업무는 글로벌 본사의 오퍼레이션팀과 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 PEF 대표급 인사는 “한창 실무를 맡은 중간 관리자들은 성과를 더 내서 자기 몸값을 최대한 키워야 시간에 신입사원을 뽑아서 도제식으로 교육하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PEF 인재 채용과는 정반대의 기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정기적으로 신입사원 육성 프로그램을 꾸리는 유니슨캐피탈이 대표적입니다. 또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대졸 신입을 채용하는 곳으로 유명하고, 프랙시스캐피탈도 올해 처음으로 채용전환형 인턴쉽 프로그램을 열어 두 명을 선발했습니다. IMM PE도 비정기적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애널리스트로 채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유니슨캐피탈 인턴 두 명 채용에 200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세 차례 비대면·대면 인터뷰를 통해 인력을 선발하는데, 관리자급 인사들이 간단한 재무 상식과 케이스에 관한 의견을 퀴즈 형식으로 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융시장의 초호황속에서 각 주니어급 인력들이 유망 스타트업과 대기업, 다른 PEF 등으로 향하는 연쇄 이직이 이어지면서 PEF업계에서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성과급에 따라 움직이는 IB들의 멘탈리티와는 다른 측면의 지속가능한 하우스별 철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셈이죠.

유니슨캐피탈 관계자는 "PEF 업무는 종합예술에 가까워 천재적으로 머리가 좋다고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거래를 찾는 과정에선 철저하게 '을'도 됐다가 투자 검토 단계에선 재무·법률 전문성도 있어야 되고 마지막으로 인수한 기업을 관리하는 단계에선 기존 직원들에게 '점령군' 같은 인상을 주지 않도록 동화되고 함께 뛰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PEF 전체 업무가 100이면 컨설팅에서 배우는 것은 20, IB에서 커버할 수 있는 것은 30 정도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라며 "차라리 주니어 때부터 좀 더 많은 책임감을 부여하고 균형있게 투자 철학을 함께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입사원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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