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관세' 내렸다는데 커피값은 그대로?…이유 알아보니

입력 2022-08-10 21:00   수정 2022-08-10 21:36

정부가 최근 원두 관세를 내렸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페 업주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원두값 상승폭이 커 세금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실제 커피값에선 원두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다른 인상 요인이 많아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원두 수입가격은 1㎏당 7221원으로 5월(7284원)~6월(7249원)보다 소폭 내렸다. 농식품부는 “수입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된 조치들의 효과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7월20일부터 수입 때 관세를 낮춰주는 할당 관세가 적용된 만큼 8월에는 생두 수입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6월 커피 생두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커피 원두에 할당 관세 0%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원두 가격이 뛰자 '생활필수품'으로 꼽히는 커피 가격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세금 혜택을 준 것이다. 당시 할당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38억7000만원의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 “최근 원두 관세 인하분을 충실히 반영한 유통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원두 공급업체들은 이달부터 원두 가격을 ㎏당 1000~6000원가량 올렸다. 원두 관세 인하분이 반영됐다면 공급가가 내려야 하지만 도리어 인상된 셈. 대중적 품질의 원두가 1㎏에 2만3000원 정도에 공급되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26%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공급업체들은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은 기존 재고를 소진하기까지 몇 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이 걸려 곧바로 판매가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유통되는 생두나 원두는 가격이 오른 후 수입한 제품들이라 인하액이 반영되려면 몇 개월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몇 개월 뒤에도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가에 유의미하게 반영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의 부가세 인하, 할당 관세 혜택을 받는 주요 업체로부터 생두를 구매하는 카페들이 커피 가격을 내려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라서다.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원두 1㎏으로 평균 60잔 정도 커피를 내렸을 때 한 잔당 원두값은 380~480원가량 된다. 우유, 설탕 등 다른 원재료값도 급등한 데다 포장비, 아르바이트 비용 등 기타 비용이 인상된 점까지 따졌을 때 가격을 떨어뜨리긴 힘들다고 카페업계는 항변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따져보면 관세 인하 혜택은 3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세 인하 혜택이 사실상 중복 혜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은 주 원두 수입국인 미국·콜롬비아·베트남·유럽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 또한 부가가치세 면세의 경우 생두만 대상으로 해 '볶은 원두'를 수입하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 일부 커피 업체는 혜택을 볼 수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42)은 ”최근 공급업체에서 원두 가격을 1kg당 5000원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최근 소비자가를 소폭 올린 데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도 커서 한 잔당 들어가던 샷 수를 2샷에서 1샷으로 줄여 대응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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