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묵은 '식량주권' 목표, 농·수·축 첨단산업화 없이 어렵다

입력 2022-08-10 17:03  

농림축산식품부의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식량주권 확보’다. 하반기 농식품 물가 안정과 함께 새 정부 농정의 5대 과제로 제시됐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식량과 에너지가 쌍끌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해온 상황이어서 더욱 눈길이 간다.

식량주권은 과거 정부 때도 수시로 들었던 터여서 이제는 익숙한 구호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당위론이나 농정의 지향점으로 치면 이의를 달 수가 없다. 문제는 시행 각론이 부족하고, 실천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어제 보고 내용을 봐도 분절미(잘 부서지는 가공용 쌀) 활성화로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 대체, 밀·콩 비축 물량 및 시설 확충, 민간 기업의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 확대가 전부다. 거창한 구호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 ‘외부 충격에 굳건하고, 떨어지는 식량자급률도 상승 전환시키겠다’는 농식품부 다짐에 신뢰가 덜 가는 이유다.

식량주권이든, 안정적 공급을 통한 식품 가격 관리든 핵심은 농·축·수산업 전반에 걸친 첨단 산업화다. 산업화의 요체는 자본과 인재의 자유로운 투입으로 부가가치와 수익을 내고, 그에 따른 이익과 인센티브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딴따라’로 비하받던 예능이 K팝, K드라마를 필두로 하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된 것이나, 실업 축구·농구가 프로리그 활성화로 스포츠산업 주역으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 농수산업은 이런 구조 전환이 어렵다. 농어민에 대한 해묵은 과잉보호와 구시대적 경자유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지법 같은 요인도 문제지만, 기업들의 자유로운 진출을 막는 유무형의 겹겹 규제와 관행 탓이 크다.

LG CNS 등이 오랜 준비 끝에 기업형 ‘스마트팜’ 사업을 시도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산업화의 길은 아직 멀다. 해양수산부가 뒤늦게나마 연근해 수산업에 기업 진입 규제를 일부 던 것 이상으로 농식품부도 농업의 첨단 산업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식량이 무기화하는 글로벌 신(新)냉전기가 기업 진입 규제를 풀 호기다.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키우겠다’던 농식품부의 과거 정책 슬로건은 어떤 성과를 냈나. 식량주권도 이런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기업의 자유로운 진출이 보장되는 산업화 외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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