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상혁 선수와 한국 경제

입력 2022-08-10 17:37   수정 2022-08-11 00:05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는 지난달 말 놀랍고도 기쁜 소식을 접했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간판스타 우상혁 선수가 세계육상연맹 공인 월드 랭킹 1위에 등극했다는 뉴스였다. 월드 랭킹은 지난 12개월간의 누적 포인트를 기준으로 정하는데, 기록 부문에서 2㎝가 더 높아 1위를 차지한 카타르의 바심 선수보다 무려 11포인트 앞선 우 선수가 월드 랭킹 선두를 차지한 것이다.

언제나 싱그럽고 환한 미소가 매력적인 우 선수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2019년에는 왼쪽 정강이에 염증이 생겨 선수 생명이 끊길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훈련을 거르며 술독에 빠져 지냈는데 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코치의 정성 어린 도움을 받아 결국 재기에 성공했고 2년 뒤 보란 듯이 한국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는 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1㎝ 작다. 그러니 다른 선수보다 밸런스 유지 훈련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했다. 키도 188㎝여서 높이뛰기 선수로는 단신에 속한다. ‘짝발’과 ‘단신’의 약점을 딛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이 도약한 것이다.

우 선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실로 크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땅에서 불굴의 의지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경제·사회·문화적 도약의 기회로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은 2018년 처음으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했다. 이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이며 식민 지배를 경험한 국가로는 최초인 국가적 쾌거다.

최근 대외 여건은 매우 엄중하다. 공급망 훼손으로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 주요국의 긴축과 금리 인상, 또 이로 인한 고환율 등 3중 리스크에 노출된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넉 달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우리가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혹독하게 체질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때마침 우리 정부도 비효율을 초래하는 ‘덩어리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혁신단을 신설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우 선수는 3개월간 15㎏을 감량한 후 세계 실내 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고된 감량을 이겨낸 덕에 더 높은 곳을 지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키보다 50㎝나 높은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그에게 뜨거운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아울러 우리 경제도 작금의 어려움을 딛고 높이 비상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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