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0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수십 년째 하락일로를 걷고 있는 식량 자급률을 반전시키기 위해 현재 두 개뿐인 해외 곡물엘리베이터(곡물저장·물류시설)를 4~5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175개에 달하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소멸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을 되살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 장관은 업무보고에 앞서 사전브리핑을 통해 “식량 자급률을 반등시킨 첫 정부가 돼 굳건한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농식품부는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국내 생산구성 재편’이란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먼저 민간 전문기업 중심으로 현재 두 개인 해외 곡물엘리베이터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곡물엘리베이터는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과 관련해 산지부터 수출 터미널에 이르기까지 저장·이송하는 인프라다. 글로벌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어 뚫기 힘든 시장이다. 정 장관은 “장기저리 자금 지원으로 기업들의 공급망 확보를 돕고 비상시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국내에 손실 없이 반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신설되는 전략작물 직불제와 수요처 발굴 등 정책 수단을 결합해 쌀가루 산업을 5년 내에 수입 밀가루 수요(연 200만t)의 10%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2020년 45.8%까지 떨어진 식량 자급률을 2027년까지 52.5%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 장관은 추석을 앞두고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부터 소고기, 돼지고기 등 수입 식자재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 물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정 장관은 “사료비와 비료비 지원 기간을 내년까지 늘리고 겨울철 채소 농가에서 쓰는 난방유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재정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난개발된 농촌 공간을 주거·산업·경관·축산 등 기능별로 구분하고, 생활권별로 주택·일자리·사회서비스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중장기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총 253곳, 최종적으로는 400곳의 농촌 생활권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정 장관은 “핵심은 기존 농업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해 농촌을 젊은이들도 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과제 이행을 위해 175개 과제를 발굴해 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2개월 단위로 규제개선 과제를 추가 발굴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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