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진입, 가격 경쟁력 입증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해외 공략이 거세다. 니오는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진출 이후 올해 8월에는 헝가리에 현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BYD 또한 2020년 노르웨이 진출 이후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 진출도 예고했다. 중국 내에서 키운 경쟁력을 이제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심산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차 진출의 배터리 전략이다. 니오는 교체식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집중 확대한다. 노르웨이에서 판매한 결과 전기차 구매자의 93%가 배터리 렌탈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차체와 배터리를 마치 따로국밥처럼 제공한다. 그리고 여기서 렌탈이란 완성차에 부착된 형태가 아니라 전력이 소진되면 완충된 다른 배터리로 바꾸는 개념이다. 이때 부담하는 비용은 배터리 1회 렌탈료와 충전된 전력 비용이 전부다. 물론 반납하는 배터리에 전력이 남아 있으면 교체 배터리의 전력 비용에서 차감된다. 쉽게 보면 전력은 사용한 만큼만 부담하며 배터리는 전력량과 무관하게 1회 사용료를 받는 식이다.
교체식은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방식인데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담겨 있다. 먼저 전기차 구매 부담 축소다. 배터리 비용을 배제함으로써 소비자가 지출해야 할 비용을 내려 진입이 쉽다는 논리다. 물론 렌탈에 따른 이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지만 교체할 때만 적은 비용을 내다보니 렌탈이 오히려 낫다는 사람도 많다. 마치 마일리지 보험처럼 주행거리가 많으면 배터리도 자주 교체해야 하고 전력 비용 또한 많이 내지만 주행거리가 짧으면 오히려 유리한 방식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 보조금의 축소 목표다. 배터리 비용을 완성차 가격에서 배제하면 차체만 구입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차 가격이 내려간다. 이때 중국 정부는 배터리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여 세금 지출을 억제하려 한다. 예를 들어 5,000만원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이 2,000만원일 때 둘을 분리하면 소비자는 3,000만원을 부담한다. 이때 정부가 1,000만원의 보조금을 500만원으로 줄이면 소비자는 2,500만원에 전기차를 산다. 배터리를 분리하지 않았을 때 부담하는 4,000만원과 비교하면 저렴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따라서 교체식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전체 비용은 증가할 수 있지만 사용자에 맞춰 비용을 쪼갠 것이 핵심이다. 그러니 소비자로선 부담이 낮아진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일부에선 교체식 배터리를 두고 충전 시간이 단축되거나 향후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 고정식이 낫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교체식 배터리의 시작 자체가 배터리 충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불편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500㎞, 또는 600㎞ 등으로 길어질수록 배터리 용량도 커져 충전 시간은 더 늘어난다. 게다가 전기차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배터리 가격이 올라가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교체식 배터리의 역할은 충전 시간 단축이 아니라 전기차 비용 부담 완화로 방향이 전환됐다. 게다가 고정식 배터리의 전기차를 살 때는 배터리의 소재까지 구매자가 고려하지만 교체식 배터리는 소재 등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흔히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행에 문제만 없다면 만족한다. 동시에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사업자에게도 장점이 있다. 충전을 해둬야 하는 배터리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때 중국이 내세우는 LFP 배터리가 채용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교체식을 사용하면 전력 충전 시간이 짧아 굳이 주행거리 500~600㎞를 갈 수 있는 삼원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어서다. 배터리를 소유하는 것과 그렇지 않았을 때 배터리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심리는 그만큼 다르다는 의미다.
물론 교체식은 전기차 제조사마다 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니오는 유럽 전기차와 호환하지 않고 자신들이 판매하는 차에만 교체식을 적용했다. 이는 배터리에 전기를 담는 전력 유통사업의 내재화로 해석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교체식 전기차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교체시설 확장에 주력한다.
반면 한국에선 여전히 고정식을 고수한다. 이는 교체식을 적용했을 때 완성차기업이 전력 유통 사업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어서다. 아이오닉5를 교체식으로 내놨을 때 배터리 충전 사업에 배터리 기업이 뛰어들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탓이다. 배터리 기업이 외치는 'BaaS(Battery As A Service)'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때 현대차는 아이오닉5 차체만 판매해야 하는데 제조사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래서 처음 차를 살 때 부착된 새 배터리를 충전소에 반납하고 헌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을 소비자가 꺼려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체식에서 배터리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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